[시론/박상우]세상에서 가장 값진 금메달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0분


8월 8일 오후 8시에 시작한 베이징 올림픽이 어느덧 폐막을 앞두고 있다. 무더운 복더위에 국민의 관심사가 올림픽에 쏠려 여러 드라마를 경험했다. 이번 올림픽 개최국이 중국이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나는 이번 올림픽을 지켜봤는데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이한 흐름이 드러나 참으로 많은 점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배려와 관용의 성숙한 국민의식

첫 번째 흐름은 개막식 반전 드라마. 중화민족의 100년 염원을 담았다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개막식 행사가 곧이어 드러나기 시작한 충격적 진실로 얼룩지고 말았다. 개막식의 컴퓨터 그래픽 송출을 위시하여 린먀오커 양의 노래 시늉, 소수민족으로 소개한 어린이가 모두 한족이라는 사실 등등이 밝혀지면서 화려했던 개막식에 대한 찬사가 돌연 반전 분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두 번째 드라마는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의 선전과 결과에 승복하는 의연한 자세이다. 초반부터 금메달 분위기가 고조돼 국민적 기대감이 동반 상승했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자세는 참으로 진지하고 늠름해 보였다. 너무 당당하고 의연해서 때때로 이것이 올림픽인가, 아시아경기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리 선수들의 실력과 의식이 국제적 수준을 리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래서 젊은 그들을 보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많은 지도층 인사가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말이 쏟아졌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의 성숙한 자세는 개최국 국민의 실망스러운 관전 문화로 더욱 빛나고 두드러졌다. 양궁 경기장에서 호각을 불고 구기 종목의 결정적인 순간에 야유를 퍼붓는 장면은 온 세계를 초청한 개최국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보여 줄 수 없는 미성숙한 관전 태도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개최국 국민의 그와 같은 관전 태도가 연출한 마지막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그것이 이번 올림픽의 마지막 경기, 올림픽을 올림픽 이상의 것으로 승화시킨 대한민국의 저력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대한민국이 따낸 가장 값진 메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성숙한 국민의식이었다. 금메달에만 환호하지 않고 한 선수 한 선수의 선전을 지켜보고 결과보다 노고를 치하하는 넉넉한 배려와 관용을 나는 분명하게 느끼고 보았다.

나는 그것이 메달의 색깔보다 선수들이 지난 4년 동안 흘린 피와 땀을 진정 이해하고 품어주는 넉넉한 조국의 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의 잠재된 배려와 포용의 정신이 더 깊고 더 넓고 더 높게 펼쳐져 새로운 국력으로 태동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보다 과정의 소중함 일깨워

현실적 난제가 누적되는 와중에 보여 준 성숙한 국민의식이라 더욱 기뻤다. 그만큼 우리는 많은 고난과 시련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고, 그것이 배려와 포용의 바탕이 되어 격려하는 올림픽, 즐기는 올림픽 문화를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올림픽은 우리에게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세상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직 금메달과 1등만 기억한다고 가르치고, 그것을 쫓기 위해 인간다운 삶을 상실하는 성과주의 풍조는 자성의 시간을 맞았으면 좋겠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로 집권한 새 정부가 초장부터 난관에 봉착하고 시련을 겪은 이유도 실상은 성과주의에 대한 강박 때문이었을 터이다. 국민은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며 오히려 내적으로 더욱 성숙해져 넉넉한 배려와 관용을 보여 줬으니 이제 올림픽은 선수와 국민을 떠나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의 몫이 되었다. 선수보다 더, 국민보다 더 멋진 코리아를 만들어 주기를!

박상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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