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기려면 한국을 배워라”

  • 입력 2008년 8월 15일 02시 56분


“한국 양궁이 국제 양궁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며 장기 독주를 하다 보니 이런 시샘 어린 비난을 듣기도 한다.

13일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에서 열린 톰 딜런 국제양궁연맹(FITA)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 한 외국 기자는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경기 규칙을 바꿀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실제로 FITA는 올림픽 같은 큰 국제대회 때마다 주요한 규정을 변경해 왔는데 다분히 한국을 의식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종전 개인전 16강까지는 18발, 8강∼결승까지는 12발씩 쏘던 것을 이번 올림픽에서는 모두 12발로 줄였다. 발사시간도 40초에서 30초로 단축했다. 단체전은 9발 3엔드 27발이던 것을 6발 4엔드 24발로 축소했다. 빠른 경기 진행으로 관중의 흥미를 높인다는 명분이었지만 ‘코리아 파워’를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이런 규칙 변경 말고도 한국 양궁은 그동안 다양한 견제를 받아왔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1년 앞두고는 세계 양궁 장비를 주도하던 미국 업체가 획기적인 성능을 지닌 활을 개발했는데 한국에는 이 신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양궁은 이런 외부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굳건히 신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4년 후 올림픽의 경기 방식 변화를 예상하고 대비할 만큼 철저하게 변화를 발전의 발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한 듯 이날 딜런 사무총장은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규칙 변경은 있을 수 없다. 한국이 우승하는 이유는 그들이 올림픽을 매우 전문적으로 준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선진 훈련 방식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갖고 왔다. 한국을 따라잡고 싶다면 한국식으로 하라”고 덧붙였다.

국제 양궁계의 ‘한국 따라하기 열풍’은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거세질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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