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93개 최대 격전지 육상-수영 관전 포인트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5분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선수들이 각축을 벌이는 올림픽에서도 최대의 격전지는 어디일까.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많은 47개의 메달이 걸린 육상과 46개의 메달이 걸린 수영(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다이빙, 수구 포함)이다. 두 종목에서는 가장 많은 세기의 스타들이 명예를 걸고 금메달을 다툰다. 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육상과 수영에서 가장 돋보이는 스타들과 라이벌을 살펴본다.》

■ 그, 8관왕 물살 가를까

펠프스, 올림픽 7관왕 깨기 도전… 박태환 외 해킷-기타지마도 金 유망

“중국어 배우기가 어렵다.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보다 훨씬 힘들다.”

미국 수영스타 마이클 펠프스(23)는 중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그의 열의를 알 수 있다.

펠프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수영 8관왕에 도전한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미국의 마크 스피츠가 세웠던 7관왕 기록을 경신하겠다는 각오다. 펠프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수영 6관왕에 오른 적이 있다.

펠프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자유형 200m, 혼영 200m와 400m, 접영 100m와 200m, 계영 400m와 800m, 혼계영 400m에 출전한다.

수영복 회사 스피도는 펠프스가 이번 올림픽에서 스피츠의 7관왕 기록과 타이를 이룰 경우 100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펠프스는 메달 전망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는 수영 경기가 열릴 워터큐브 수영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올 때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부한 채 빠져 나가기 일쑤다.

“나는 경기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물에 뛰어들어 경쟁할 뿐이다”라며 훈련에만 집중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93cm, 88kg의 뛰어난 체격을 갖춘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15세의 나이로 출전했다. 당시 200m 접영 5위에 그쳤던 그는 5개월 뒤에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4년 뒤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단숨에 6관왕에 오르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밥 보먼 코치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8관왕은 물론 7관왕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박태환 외에도 금메달을 노리는 수영스타는 많다.

일본 수영 영웅 기타지마 고스케의 각오는 남다르다. 아테네 올림픽 평영 100m와 200m 2관왕을 차지했던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귀국하지 않겠다”고 일본 언론에 말했다. 기타지마는 최근 일본에서 평영 200m 세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라이벌인 브렌던 핸슨(미국)과 접전이 예상된다.

여자 수영에서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5관왕을 차지한 리비 트리킷(호주)의 활약을 지켜볼 만하다. 자유형 50m와 100m, 접영 100m에서 우승을 노린다. 계영 400m와 혼계영 400m까지 휩쓸면서 이번에도 5관왕에 도전한다.

박태환의 라이벌인 그랜트 해킷(호주)도 사상 첫 1500m 올림픽 3연속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베이징=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그녀, 자기 기록 또 깰까

이신바예바, 24번째 기록 경신 나서… 男 100m ‘인간탄환’ 대결도 볼만

올림픽이 지구촌 최대 축제로 자리 잡은 가장 큰 이유는 당대 최고의 선수를 가리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벌이는 피 말리는 경쟁은 올림픽을 관전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너무나 탁월한 실력으로 금메달을 예약해 놓은 선수도 있다.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에 나서는 러시아의 옐레나 이신바예바(26)가 그중 하나다.

3일 베이징에 도착한 그의 입국 소감은 “금메달을 따겠다”가 아니고 “또 내 기록을 깨고 싶다”였다.

이신바예바는 지난달 30일 모나코 슈퍼그랑프리 결승에서 5.04m를 기록했다. 실외 13번째이자 실내를 포함하면 23번째 세계기록 경신. 지난달 12일 골든리그 골든 갈라 로마대회에서 5.03m로 세계기록을 깬 이후 18일 만이었다. 이신바예바는 로마에서 2위 모니카 피레크(폴란드)를 28cm 차로 따돌렸고 모나코에서는 2위 율리아 골룹치코바(러시아)를 33cm 차로 제쳤다.

최근 부쩍 힘을 냈지만 이신바예바의 기록은 3년간 제자리였다. 2003년 6월 4.82m로 첫 세계기록을 세운 뒤 여자 장대높이뛰기는 그의 독무대였다. 1년 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우승했지만 기록은 4.80m에 불과했다.

이신바예바의 승부욕을 일깨운 건 라이벌의 등장이었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동안 동갑내기 제니퍼 스투친스키(미국)가 부쩍 컸다. 스투친스키는 5월 4.90m 벽을 돌파하더니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4.92m를 기록했다. 이신바예바는 “많은 사람이 스투친스키가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고 했는데 이 사실이 나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신바예바가 2번의 세계기록을 세울 때 스투친스키는 없었다. 둘은 18일 맞붙는다. 사람들의 관심은 누가 금메달을 딸 것이냐가 아니라 이신바예바의 24번째 세계기록에 쏠리고 있다.

반면 남자 육상 100m는 접전이 예상된다. 9초72의 세계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22), 9초74의 이전 세계기록 보유자 아사파 파월(27·이상 자메이카), 그리고 9초68의 비공인 세계기록 보유자인 타이슨 게이(27·미국·공인 기록 9초77)가 ‘지구에서 가장 빠른 인간’을 놓고 다툰다. 세계적인 스포츠 베팅업체 윌리엄힐이 세 선수에게 내건 배당률은 각각 1.4, 1.8, 2.0으로 각자의 공인 최고 기록 순서와 같다. 배당률 2.0은 100원을 걸었을 경우 2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100m의 경우 스타트 반응 속도에서만 0.150초 안팎의 차가 나기 때문에 승부는 말 그대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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