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강국 러시아 ‘김연아 비상’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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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김연아를 찾아라!’ 러시아 군 체육단 소속 피겨스케이팅 교실에서 4, 5세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러시아의 김연아를 찾아라!’ 러시아 군 체육단 소속 피겨스케이팅 교실에서 4, 5세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연아의 경쟁자를 빨리 찾아라.”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를 유치한 ‘피겨 강국’ 러시아가 여자 싱글 부문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인 러시아피겨국가대표팀에 내린 특명이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실험을 계속했다. 국제 대회 경험이 전무한 니나 페투시코바를 빙판 위에 올려놓고 가능성을 저울질했다. 그런데 페투시코바도 역시 러시아 국내에서만 통하는 선수로 판명됐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한 김연아는 이번 모스크바 대회에서도 러시아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연아의 연습 장면과 경기 내용은 이들의 캠코더에 그대로 기록됐다.

24일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가 열린 호팅카 실내링크에서 만난 한 코치는 “유나 킴(김연아의 러시아 이름)이 어떻게 깨끗한 점프를 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고 말했다. “러시아 유소년 싱글 챔피언이었던 아나스티시야 필라로바(여)를 키웠다”고 소개한 이 코치는 “유나 킴의 동작은 러시아 여자 선수들이 배워야 하는 과제 중의 하나”라고 귀띔했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트 선수의 산실로 불리는 모스크바 피겨스쿨에서는 김연아의 점프와 스핀을 따라하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김연아가 중국 하얼빈 대회를 마치고 러시아로 입국한 21일 모스크바 남부 37번 스포츠스쿨 크리스털 링크. 유소년 남자 코치 아르촘 아르카예비치 씨는 15세 미만 선수들을 모아 놓고 스파이럴(한쪽 다리를 들고 활주하는 기술) 시퀀스에 이어 악셀 동작을 선보였다. 그는 “이 동작은 유나가 자주 연출하는 것으로 성공하면 높은 점수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 동안 여자 싱글 부문에서 선수 ‘기근’을 겪고 있는 피겨 강국 러시아 빙상연맹의 주요 목표는 15세 미만 주니어 선수층에서 김연아와 같은 기량을 발휘할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는 것. 남자 싱글과 페어에서 강국인 러시아가 유독 여자 싱글에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을 캐는 작업도 활발하다.

러시아 주니어 피겨 전문학교는 구 소련식 전통에 따라 어릴 때 집단으로 훈련시키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기능 위주의 훈련에 치우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뛰어난 강사 상당수가 일본 캐나다 미국으로 넘어가 현재의 지도자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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