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07 경주국제마라톤]막강 케냐군단, 1~5위 싹쓸이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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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희망 레이스’가을 햇살을 등 뒤로 받으며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이 첨성대 안압지 등이 위치한 경주 동부사적지를 끼고 힘차게 달리고 있다. 경주=특별취재반
1만명 ‘희망 레이스’
가을 햇살을 등 뒤로 받으며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이 첨성대 안압지 등이 위치한 경주 동부사적지를 끼고 힘차게 달리고 있다. 경주=특별취재반
1위 골인21일 경주에서 열린 동아일보 2007 경주국제마라톤에서 케냐의 에드윈 코멘이 2시간 9분 44초의 기록으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1초 후 찰스 키비와트가 골인한 것을 비롯해 마라톤 세계 최강 케냐 선수들이 5위까지 휩쓰는 활약을 펼쳤다. 경주=특별취재반
1위 골인
21일 경주에서 열린 동아일보 2007 경주국제마라톤에서 케냐의 에드윈 코멘이 2시간 9분 44초의 기록으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1초 후 찰스 키비와트가 골인한 것을 비롯해 마라톤 세계 최강 케냐 선수들이 5위까지 휩쓰는 활약을 펼쳤다. 경주=특별취재반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의 가을이 마라톤 축제로 물들었다.

21일 경주시민운동장을 출발해 시내를 도는 코스(풀코스, 하프코스, 10km)에서 열린 동아일보 2007 경주국제마라톤대회(경북도, 경주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동아일보사 공동 주최).

1997년 이후 10년 만에 국제대회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케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일본 중국 등 7개국 남자 선수와 국내 엘리트 선수 100여 명이 1만793명의 마스터스 마라토너와 함께 신라 고도의 가을을 달렸다.

경주에서는 1993년 동아마라톤이 처음 열린 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국제대회로 치러졌고 외환 위기를 맞아 국내 대회로 환원됐다. 동아마라톤이 2000년 서울국제마라톤으로 바뀐 뒤에도 경주마라톤은 그대로 남아 가을철 마스터스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부터는 침체된 한국 마라톤을 살리기 위해 국내외 엘리트 선수들이 달리는 국제대회로 부활하게 됐다.

이날 레이스에선 경주국제마라톤이 3월 서울국제마라톤과 함께 봄과 가을을 양분하는 국내 최고의 대회가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케냐 선수들의 눈치 싸움에 우승 기록이 2시간 9분대에 그쳤지만 화창한 가을 날씨에 평탄한 코스는 기록 단축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남자 1위는 2시간 9분 44초를 기록한 에드윈 코멘(25), 2위는 2시간 9분 45초 기록의 찰스 키비와트(33), 3위는 2시간 9분 56초 기록의 윌슨 키켐보이 키겐(27) 등 케냐 선수가 5위까지 석권했다. 여자부에선 윤선숙(35·강원도청)이 2시간 35분 53초로 최근 3년 내 자신의 가장 좋은 기록을 내며 우승했다. 남자 국내 1위 신정훈(25·구미시청)도 2시간 18분 0초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1분 13초 경신했다.

경주=특별취재반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의 분석▼

순위싸움에 기록 희생… ‘트랙게임’서 1초차 불꽃 레이스

섭씨 8∼12도, 습도 45% 안팎.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문제였다. 선두권을 독식한 케냐 군단을 견제할 다른 나라 선수가 한두 명만 있었더라면 기록은 훨씬 앞당겨졌을 것이다. 이봉주(37·삼성전자) 같은 국내 선수가 없는 게 한이었다.

케냐 선수들끼리의 경쟁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자칫 먼저 스퍼트 했다가는 역전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도 선뜻 치고 나가지 못했다. 3명의 페이스메이커가 몇 번이나 앞서서 끌었지만 소용없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순위 싸움에만 골몰했다.

하지만 역시 마라톤의 꽃은 ‘트랙 게임’이었다. 트랙 게임이란 결승선을 앞두고 경기장 안에서 펼치는 마지막 스퍼트를 말한다.

에드윈 코멘과 찰스 키비와트의 피 말리는 승부는 결승선 1km 앞둔 지점부터 시작됐다. 반걸음 정도 코멘이 앞서 달리자 키비와트도 혼신의 힘을 다해 따라 붙었다. 결승선을 100m 앞두고는 단거리 경주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코멘의 1초 차 승리. 거리는 불과 2, 3m 차. 키비와트로선 땅을 칠 일이었지만 여덟 살 더 먹은 나이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1996년 경주동아국제마라톤에서 스페인 마르틴 피스와 이봉주가 펼친 트랙 게임과 똑같았다. 당시 이봉주는 마지막 100m를 앞두고 피스와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펼친 끝에 1초차로 2위(2시간 8분 26초)에 머물렀다. 이봉주는 곧이어 열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또 3초 차로 2위에(2시간 12분 39초) 그쳤다.

최근 세계마라톤대회에서 트랙 게임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8일 시카고마라톤에선 2명이 거의 동시에 골인해 사진 판독으로 우승자를 가렸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선 이봉주가 혼신의 트랙 승부 끝에 케냐의 키루이를 25초 차(약 137m)로 누르고 우승(2시간 8분 4초)했다.

황규훈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페이스메이커를 포함해 12명의 케냐 선수가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기대했던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가 치고 나갔어야 했는데 그럴만한 선수가 없었다. 국내 선수들은 이미 20km 지점에서 선두 그룹에서 떨어져 나갔고, 다른 외국 선수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국 마라톤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낀 레이스였다”고 말했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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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경주국제마라톤 이런모습 저런모습

특별취재반
▽스포츠레저부=양종구 이승건 김성규 기자, 김화성 전문기자
▽사진부=박경모 차장, 전영한 원대연 홍진환 기자
▽사회부=최성진 부장, 이권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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