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선동렬, 김재박 감독과의 이유 있는 차별화

  • 입력 2007년 3월 13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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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아시안게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

“도하 아시안게임 때는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선동렬 대표팀 수석코치)

12일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예선 야구대표팀 코칭스탭 기자회견. 김경문 대표팀 감독과 선동렬 수석코치는 ‘도하의 굴욕’이라 불리는 지난 아시안게임 이야기를 유난히 자주 거론했다.

사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것은 작년 12월 열린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한국야구가 대만은 물론 아마추어 선수가 주축이 된 일본에게까지 무너지는 치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의 부활이라는 중책을 짊어진 올림픽 대표팀의 김경문 감독과 선동렬 코치 입장에서는 지난번의 참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 김경문 감독과 선동렬 코치가 이번 올림픽예선에서 반드시 아시안게임 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은근한 자존심의 문제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김재박 LG 감독과 각각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우선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비 시즌 동안 김재박 감독이 서울 연고의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한 지붕 두 가족’의 경쟁자가 됐다. 같은 서울 연고의 두산과 LG는 오랜 기간 엎치락뒤치락하며 ‘서울의 라이벌’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최근 김재박 감독은 “우리 라이벌은 두산이 아니라 삼성.”이라며 무시전략을 써 김경문 감독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김재박과 선동렬의 장외설전도 비시즌 동안 불을 뿜었다. 김재박 감독은 삼성을 향해 “돈 주고 산 선수들로 만든 팀”, “누가 감독해도 삼성은 우승”이라며 포문을 열었고 선동렬 삼성 감독도 지지 않고 “시기심 아니냐.”며 맞받아치는 등 거친 대립 각을 세운 바 있다.

그래서인지 김경문 감독과 선동렬 코치 체재의 대표팀 운영방침은 김재박 감독이 이끌던 도하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그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김재박 감독이 신인급 해외파 선수들을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외한 반면 올림픽 대표팀의 선동렬 코치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어도 모든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 후보.”라고 언급했다.

특히 클리블랜드 인디언즈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에 대해 “검증이 안됐다.”고 말한 김재박 감독의 발언과 달리 김경문 감독은 “미국 투수들의 공을 그 정도로 쳐내는 걸 보면 정말 훌륭한 타자.”라고 추켜세워 대조를 보였다. 라이벌인 양 측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물론 이번 올림픽대표팀은 코칭스탭 구성 전에 기술위원회가 신설되는 등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 지난 아시안게임 당시 보다는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에서 대표팀을 운영할 수 있다. 특히 박찬호, 김병현 등 베테랑 해외파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를 적극 설득한다는 방침을 세워 선수 층과 전력도 종전에 비해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만큼 올림픽예선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아시안게임 당시보다 더 많은 비난에 직면하게 될 부담도 안고 있다.

김경문 감독과 선동렬 코치에게는 이래저래 중요한 올림픽예선이 될 것 같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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