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마술 김형칠 선수 경기도중 낙마사고로 참변

  • 입력 2006년 12월 8일 03시 03분


김형칠 선수의 낙마 사고와 관련해 한국선수단 정현숙 단장(왼쪽에서 두 번째), 김영환 부단장(왼쪽)과 도하 아시아경기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7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애도 묵념을 하고 있다. 도하=강병기  기자
김형칠 선수의 낙마 사고와 관련해 한국선수단 정현숙 단장(왼쪽에서 두 번째), 김영환 부단장(왼쪽)과 도하 아시아경기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7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애도 묵념을 하고 있다. 도하=강병기 기자
자택 거실에 걸려 있는 고인의 경기 모습 사진. 용인=김재명  기자
자택 거실에 걸려 있는 고인의 경기 모습 사진. 용인=김재명 기자
7일 열린 2006 도하 아시아경기 종합마술 크로스컨트리 경기 도중 말에서 떨어져 숨진 김형칠(47·금안회) 선수의 시신이 안치된 도하 하마드병원 영안실 주변엔 침묵만이 가득했다. 영안실의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밖에는 쉴 새 없이 비가 내렸다.

25년간 함께 말을 탄 후배 선수 전재식(39)은 친형 같았던 김형칠의 얘기를 하며 목이 메었다.

“도하에 올 때 집이 근처라서 같이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탔어요. 내가 먼저 타고 다음 정거장에서 형이 탔는데 형수님과 함께 계시더라고요. 마지막이라며 형이 형수님께 입맞춤을 했는데….”

그게 마지막 입맞춤이 됐다. 중학교 교사인 부인 소원미(41) 씨는 한국에서 퇴근 후 비보를 들었다. 엉엉 울던 소 씨는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믿을 수 없다”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김홍철 종합마술 코치는 “경기 직전에 형칠이가 ‘이번을 끝으로 지도자 생활을 해야겠다’고 했다. 있을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무이사는 “형칠이가 도하에 와서는 이상하리만치 집에 집착하는 것 같았다. 하루에 두세 번은 반드시 통화를 했다”고 했다.

김형칠은 인품이 훌륭한 선수로 존경을 받았다. 용인대에서 한국 1호로 승마로 박사 학위를 땄고, 용인대와 한양대에 강의를 나갔다. 또 승마클럽 ‘금안회’를 운영하면서 묵묵히 승마 발전을 위해 애써 왔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부터 5회 연속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김형칠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고 김철규 씨의 아들로 1986년 서울 대회에서 동메달,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도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폭우내려 진흙탕 속 경기…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김형칠이 사망한 카타르 도하 승마클럽은 온통 진흙탕이었다. 발이 푹푹 빠져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새벽부터 폭우가 내렸지만 경기가 시작된 오전 10시경(현지 시간)에는 비가 일시적으로 주춤했다. 카타르 주재 한국대사관 측에 따르면 현지 언론들은 이날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래도 경기는 강행됐다.

김형칠이 참가한 종합마술은 마장마술, 크로스컨트리, 장애물 3개 종목으로 나뉘어 사흘간 치러진다. 이날은 이틀째인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열렸으며 23개의 장애물을 넘는 경기였다.

현장의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무이사와 김동환 국제이사는 말이 먼저 주춤한 것과 관련해선 “말과의 호흡이 맞지 않은 것 같다. 기수는 빨리 나아가려 하고 말은 미처 준비를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폭우는 하루 종일 오락가락했다. 경기도 자주 중단됐다. 대회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토퍼 허드슨 국제승마협회 부회장은 “비가 많이 와서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경기가 중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이날 일기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경기 진행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애마, 주인 곁으로… 뒷다리 부러져 안락사시키기로

김형칠이 탄 말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딸 때 함께했던 말이었다.

김 선수가 ‘밴디’라고 부르는 이 말은 호주산 서러브레드종이다. 그는 5년 전 이 말을 구입해 호흡을 맞춰 왔다.

충성심이 남달라서 다른 사람이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 않았으며 오로지 주인이 ‘밴디’라고 부를 때만 반응을 보였다고. 낮은 목소리의 주인이 이름을 부를 때면 먹이를 먹다가도 달려와 머리를 비빌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다.

승마인들은 이날 내린 폭우로 바닥이 젖어 말이 도약할 때 일시적으로 중심을 잃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밴디도 이날 뒷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더는 경주용 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밴디는 안락사 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도하=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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