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의 힘’…“부자되는 지름길” 말 배우며 드리블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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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빈민가 공터에서 소년들이 축구 경기를 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6일 월드컵 특집면에 브라질 축구가 강한 이유를 상세하게 다뤘다(왼쪽 작은 사진).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빈민가 공터에서 소년들이 축구 경기를 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6일 월드컵 특집면에 브라질 축구가 강한 이유를 상세하게 다뤘다(왼쪽 작은 사진).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브라질이 가나와의 16강전 관문을 통과하며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월드컵 모든 대회 본선 진출국(18회)이자 최다 우승국(5회)인 브라질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끊임없이 자동차를 조립하듯 매년 새로운 축구 스타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기존의 대스타인 호나우두(30), 호나우지뉴(26)와 더불어 아드리아누(24), 호비뉴(22) 같은 젊은 스타를 선보였다. 1938년 프랑스 월드컵 3위를 시작으로 70년 가까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브라질 축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뉴욕타임스는 26일 기사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했다.

[1]가난 탈출의 꿈… 축구는 삶 그 자체

▽‘일상이 된 축구+가난’=브라질에 체계적으로 축구 선수를 양성하는 훌륭한 시스템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브라질축구대표팀 선수였던 호베르투 지나미티 씨는 “그런 시스템은 없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자국 축구리그는 부정부패의 온상이며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라는 것.

최고 수준의 축구 선수를 배출하는 토양은 시스템이 아니라 일상이 돼 버린 브라질의 축구 문화다. 아이들은 말을 배울 때 축구도 함께 시작한다. 시작 시기가 빠른 만큼 재능을 키울 시간도 많다. 평균 3세 때 드리블을 배우고 7세 때 경기를 시작한다. 정글에서 나무를 베고 생긴 공간, 대도시의 빈 주차장, 해변의 모래사장 등 축구장은 널려 있다.

가난은 축구의 자양분이다. 브라질은 인구 1억8500만 명 중 수천만 명이 극빈층으로 분류되는 가난한 나라다. 극빈층에게 축구는 성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이번 월드컵의 브라질대표팀 선수 23명 가운데 3명만 중산층이고 나머지 20명은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2]혼돈의 사회… 위기대처 능력 키워줘

▽‘카오스’에서 나온 ‘삼바축구’=브라질 특유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축구 스타일을 사회학자들은 ‘예측 불허’로 가득한 브라질의 혼돈 사회에서 찾는다. 이런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유연하고 즉흥적인 대처 능력은 축구뿐만 아니라 브라질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토스타오 씨는 “브라질의 음악과 미술도 즉흥성이 특징”이라며 “장애물에 막히면 재빠르게 우회하고 임시변통의 대안을 찾는 브라질인 특유의 능력이야말로 축구에서 훌륭한 선수와 최고의 선수를 가르는 차이”라고 말했다.

최근 브라질의 급속한 경제 발전은 조금씩 축구 인프라를 바꿔 놓고 있다. 예전의 골목과 공터가 사라지고 대신 작은 실내 축구장이 번성하고 있다. 미니축구로 알려진 ‘풋살’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호나우지뉴와 호비뉴는 풋살 선수 출신. 좁은 곳에서 축구를 하면 넓은 곳에서 할 때보다 공간 창출 능력이 더 발달한다.

축구를 잘하기만 하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 스카우트가 넘쳐 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잉글랜드 스페인 등 유럽의 축구클럽들은 아예 브라질의 지역 축구클럽을 인수해 유망주를 발굴한다.

최근엔 사립 축구학교도 생기고 있다. 지나미티 씨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운영하는 축구학교에는 7∼16세 소년 150여 명이 다닌다. 지나미티 씨는 “이 가운데 한 명만 호나우지뉴의 절반 정도의 기량을 가진 선수로 성장해도 브라질 축구는 세계 정상을 계속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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