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美-日꿇어!”… 지략 3인방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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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에 빛난 황금 코치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야구대표팀이 4강에 오른 힘의 근원으로 ‘분권과 자율의 힘’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 최고 감독들로 구성된 코치진이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적인 힘을 발휘했기에 가능했다.

대표팀은 김인식 감독 체제하에 선동렬 투수코치, 김재박 타격 및 수비코치, 조범현 배터리 코치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김 감독은 국내파와 해외파를 인화로 융화시키고 전략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한편 각 코치들에게 권한과 자율을 부여했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냈다.

선동렬 김재박 조범현은 모두 현역 프로야구 감독들이며 최근 국내프로야구의 정상을 다투었던 명장들이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2005년, 김재박 현대 감독은 2003년과 200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조범현 SK 감독도 2003년에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이들이 각자의 지도력을 발휘하며 몸을 낮추고 서로 협력한 효과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라던 한국을 파죽의 6연승과 세계 4강이라는 결과로 이끌었다.

● 선동렬 투수코치…절묘한 투수교체 눈길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리던 그는 강한 어깨만이 아니라 냉철한 두뇌와 정교한 심리전의 묘수를 갖고 있음을 과시했다.

볼 컨트롤이 뛰어난 서재응, 일본 킬러로 불리는 구대성, 잠수함 투수 정대현, 특급 마무리 오승환 등 다양한 구질의 투수와 왼손 오른손 투수를 시기적절하게 교체했고 메이저리그에서 100승 이상을 달성한 박찬호를 마무리로 쓰는 등 파격적인 작전을 구사하기도 했다. 선 코치는 선수들이 훈련할 때 직접 공을 던지기도 하는 등 선수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또 그의 위상이 워낙 높아 국내파는 물론 해외파 선수들까지 통솔할 수 있는 권위가 있었던 점도 마운드의 원활한 운용에 한몫했다.

● 김재박 타격-수비코치… 실책 제로 산파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우승할 당시 아직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개구리 번트’를 성공시켰던 주인공.

현역 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리며 타격과 수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명유격수 출신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훈련과 경기 도중 선수들의 수비 위치를 지정해 주었고 직접 볼을 치며 수비 훈련을 이끌었다.

그는 한국팀이 무실책으로 대회를 마치도록 이끌었고 고비 때마다 빛난 한국의 철벽 수비는 전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 조범현 배터리코치… 포수 숨은 뒷심 발휘

조 코치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포수들을 이끌면서 대표팀이 숨은 뒷심을 발휘하는 데 일조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투수와 타자들에 비해 포수의 역할에 대한 조명은 적었다.

하지만 한국이 특급 투수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었던 데는 그만큼 투수들과의 호흡을 잘 맞춘 포수들의 역할도 컸다.

조 코치는 팔꿈치 통증과 발목부상을 입은 홍성흔의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진갑용 조인성을 이끌고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화려한 현역 감독이면서도 드러나지 않게 최선을 다한 그의 모습에서 대표팀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알 수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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