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서울국제마라톤 D-3/67년만에 찾은 ‘ 마라톤 역사’

  • 입력 2004년 3월 1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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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빛이 바랜 상장 속에서 아버지의 숨결을 느꼈을까. 67년만에 빛을 보게 된 부친 이종록씨의 제7회 동아마라톤 우승 상장을 들고 감회에 젖은 탤런트 겸 연극배우 이치우씨. 오른쪽 상장은 6회대회 2위 상장이다. 강병기기자
누렇게 빛이 바랜 상장 속에서 아버지의 숨결을 느꼈을까. 67년만에 빛을 보게 된 부친 이종록씨의 제7회 동아마라톤 우승 상장을 들고 감회에 젖은 탤런트 겸 연극배우 이치우씨. 오른쪽 상장은 6회대회 2위 상장이다. 강병기기자
자칫 사장될 뻔했던 동아마라톤의 귀중한 역사가 67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탤런트 겸 연극배우 이치우씨(65)는 최근 1937년 제7회 대회(당시 경영단축마라톤)에서 우승했던 부친 이종록씨(당시 19세·배재고보)의 상장과 달리는 모습이 담긴 사진 등 기록 일체를 찾았다고 본사에 알려왔다.

7회 대회는 올해 75회를 맞는 동아마라톤 역사에서 ‘잊혀진’ 대회. 본보가 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고 손기정선생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운 채 보도한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총독부로부터 강제정간(1936년 8월 29일∼1937년 5월31일)을 당한 기간 중인 37년 3월21일 치러지는 바람에 대회기록을 남기지 못한 것. 이 때문에 이 대회는 그 동안 유일하게 우승 기록이 없이 빈칸으로 처리돼 왔으나 이씨가 부친의 기록을 찾아내 동아마라톤 역사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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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록씨의 우승 기록을 찾기까지는 동아마라톤 사무국의 노력도 컸다. 당시 기록을 찾기 위해 신문을 검색하던 중 복간된 후인 38년 3월20일자 지면에서 ‘37년 대회 우승자 이종록이 38년 대회 개막식에서 선수 선서를 했다’는 내용을 발견하고 수소문 끝에 이씨의 혈육인 이치우씨와 연락이 닿은 것.

1945년 해방 후 동대문운동장(구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육상경기에서 트랙을 질주하고 있는 이종록씨. 사진제공 이치우씨

아들 이씨는 이에 따라 6.25전쟁 때 납북된 부친의 유품을 다시 뒤진 끝에 7회 대회 우승 상장은 물론 6회 대회 2위 상장과 운동장에서 역주하던 선수시절의 부친 사진 등을 찾아내는 뜻밖의 소득까지 올렸다.

“해방 후 아버님이 마라톤대회에 나가실 때마다 장남인 저를 데리고 가셨고 트럭을 타고 따라다니며 응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이씨는 “아버님은 납북되기 직전까지 철도국(현 철도청) 육상부 감독을 지냈다”고 회고했다.

배재고보 재학시절부터 마라톤에 빠진 부친 덕에 집안은 항상 마라톤 선수들로 들끓었고 대회를 앞두고는 합숙소나 다름없었다는 것.

하지만 정작 이씨 자신은 마라톤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부친에 이어 배재고에 입학한 뒤 농구부에 들어가 농구 선수로 잠시 활약을 한 것이 전부. 현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L) 총재가 이씨의 농구부 2년 선배다.

“처음 누렇게 바랜 상장을 발견했을 때 아버님을 뵙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돌더군요. 뒤늦게나마 동아마라톤 역대 우승자 명단에 아버님 이름과 기록이 오르게 돼 영광입니다.”


67년만에 빛을 본 7회 대회 우승 상장. 사진제공 이치우씨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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