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뉴스]2001 ML결산 2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7시 02분


기록 외에도 2001년 메이저리그 시즌은 각종 사건으로 얼룩지거나 흥미로워진 한해였다.

우선 가장 큰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뉴욕의 테러 대 참사. 누구도 예기치 못한 이 사건으로 미국의 모든 스포츠는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을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도 예외일 수 없었고 중단된 일주일은 10월달로 연기돼 치러졌다.

메이저리그 한 획을 그었던 두 수퍼스타의 퇴장도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바로 연속 경기 출장의 기록 보유자 '철인' 칼 립큰 주니어와 '영원한 3할타자' 토니 그윈의 은퇴가 그것이다.

20년이 넘는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사실이 그들의 감회를 남달리 했음에 틀림 없을 것이다. 물론 그들을 20년 넘게 지켜보던 팬들의 아쉬움도 그만큼 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은 '01시즌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시즌 초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대형계약 때문에 수퍼스타들이 너도 나도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계약을 요구한 것도 잊을 수 없는 가십거리가 아닐 수 없다. 돈 만 보고 쫓아다니던 수퍼스타들(개리 셰필드, 프랭크 토머스, 새미 소사, 오마 비스켈, 배리 반즈, 데이빗 웰스 등)은 팬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다.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의 면면도 한번 살펴보자.

수퍼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박찬호는 시즌 내내 좋지 않는 몸 상태와 시즌 후 FA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절반의 성공을 거둔 한해였다. 물론 국내 팬들의 너무 큰 기대엔 미치지 못했지만 그가 보여준 가능성은 분명 FA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시즌 15승11패, 방어율 3.50, 탈삼진 218개, 피안타율 2할1푼6리의 성적표는 A를 받을 만 하다.

후반기 부진이 못내 아쉬운 생각을 들게 하지만 내년시즌 최고의 몸값 투수로 우뚝 선 박찬호를 기대해 볼만한 성적임에는 틀림없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또 다른 '코리언 핵 잠수함' 김병현의 성장도 눈부셨다. 팀의 클로져 맷 맨타이의 부상 공백을 틈타 확실한 마무리 전문으로 부각 됐다.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78게임, 98이닝을 소화하며 5승6패, 방어율 2.94, 113탈삼진, 19세이브를 기록한 그는 의심의 여지없이 애리조나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애리조나의 포스트시즌 진출로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 등판하는 영광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됐다. 포스트시즌 마운드에서도 그의 임무는 여전히 클로져일 것이다. 한층 달라진 BK의 위상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22살이라는 어린 나이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BK의 미래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올 시즌 김병현은 대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저멀리 동부 보스튼 레드삭스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 왔다. 한국인으로서는 4번째 메이저리거로 거듭난 김선우가 주인공이다. 기록적인 면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그가 보여준 눈부신 구위와 마지막 선발 등판 2경기는 그의 내년 시즌을 더욱 밝게 만들어주고 있다.

갓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던 박찬호를 보는 듯, 김선우의 구위와 정신력 등을 감안했을 때 향후 기회를 부여받는 횟수에 따라 '제2의 박찬호'로 성장할 가능성을 크게 연 한해였다. 김선우의 선전은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고 있는 많은 한국인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김선우의 패스트 볼은 최고 96마일에 달했고 무브먼트는 현란했다. 커브 등 변화구종의 위력도 수준급. 내년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를 통해 볼 커맨드력에 눈만 뜬다면 시카고 와이트삭스의 마크 벌리처럼 단숨에 메이저리그 정복도 노려볼 만 하다. 보스튼의 내년도 마운드 사정상 어떤 식으로든 김선우에게 기회가 찾아올 전망이다.

시카고 컵스 산하 최희섭/권윤민, 뉴욕 메츠 산하, 서재응, 보스튼 산하 송승준/안병학, 애틀랜타 산하 봉중근, 시애틀 산하 추신수,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김일엽 등도 성공적인 마이너리그 한해를 보냈다. 내년엔 각각 한 단계씩 승격된 상위 레벨에서 활약할 것으로 사료되며, 특히 서재응과 최희섭은 당장 메이저리거로 거듭날 수 있는 위치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서재응은 메츠의 빅리그 투수운용상 내년 시범경기 활약 여하에 따라 빅리그 진입이 판가름날 전망인데, 만약 그가 내년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에서 패스트 볼의 구속만 회복한다면 메이저리그 진입과 동시에 선발투수로도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최희섭의 경우는 컵스의 1루수 프렛 맥그리프의 재계약 여부에 따라 빅리그 승격이 전격 결정날 것이다. 올 시즌 돌풍의 컵스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은 좌절됐다. 유스무브먼트를 진행시킬 컵스에 이제 맥그리프의 존재는 크게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역시 최희섭도 내년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에서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인 마이너리들의 계속된 성장과 파이팅도 기대해본다. 이제 다사다난했던 '01시즌도 포스트시즌 개막과 월드시리즈 우승팀 결정을 끝으로 대단원을 막을 내리게 된다.

유난히 대기록의 수립이 빈번했던 올 시즌이었기 때문에 팬들의 시선은 잠시도 메이저리그를 떠날 수 없었다. 또한 유난히 많았던 하위권 팀들의 돌풍과 유난히 치열했던 포스트시즌 경쟁이 있었다.

아직 완전히 막을 내린 2001시즌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살펴보았던 기록이나 사건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숨가쁜 게 사실이다. 특히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9월의 악몽까지 더한다면 올 시즌은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이제 '01시즌도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져 갈 것이다. 바로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야구 천재들의 플레이를 동시대에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메이저리그는 많은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팬들은 메이저리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감사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슈퍼스타들과 영원히 함께 하길 바란다.

저 작 권 자: ICC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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