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인간 기관차’ 자토펙 부부

  • 입력 2000년 9월 25일 14시 57분


뭐니뭐니 해도 올림픽 금메달 부부의 대명사는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 출전했던 에밀 자토펙 부부다.

자토펙은 남자 육상 1만m에서 금메달을 딴 뒤 5000m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2관왕에 올랐다. 그런데 자토펙이 2관왕이 된 지 몇분 지나지 않아 부인 다나 자토펙이 여자 투창에서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에서 부부가 동시에 금메달을 딴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자토펙은 부인이 금메달을 따내자 위기감을 느꼈는지 신문기자들에게 “지금까지 나와 아내의 성적은 2대1이다. 남편의 권위를 위해서 성적을 더욱 벌려야 하는데 그러자면 마지막 남은 마라톤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자토펙은 라이벌인 영국의 피터스를 꺾고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 사상 처음 장거리 3개 부문을 석권한 선수가 되었고, 부인에게도 권위 있는 남편이 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미국의 여자 육상 스프린터 매리언 존스와 남자 투포환의 헌터 부부가 사상 최다 금메달을 노린다. 이번엔 여자의 권위가 관심을 끈다. 부인 매리언 존스가 최대 5개의 금메달을 노리는 반면, 헌터는 겨우 1개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도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부부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할 뻔했다. 남자 탁구의 김택수 선수와 양궁 올림픽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탈락한 김조순 선수가 오는 12월 결혼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김조순이 올림픽에 출전했다면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은 ‘떼 논 당상’이기 때문에 김택수의 성적에 따라 ‘올림픽 금메달 부부’도 가능했었다.

그러면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딴 선수는 누구일까?

이봉주 선수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2시간 12분 39초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 그런데 금메달을 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투그 웨인 선수의 기록이 이봉주 보다 겨우 3초 앞선 2시간 12분 36초다. 올림픽 마라톤 역사상 금메달과 은메달의 시간 차이가 가장 적게 난 것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 출전했던 남자 체조의 여홍철 선수도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놓쳤다. 뜀틀에 출전한 여홍철은 난이도가 높은 ‘쿠에르보 더블턴’에 성공했으나 착지에서 흔들리는 바람에 9.765에 그쳤다. 러시아의 알렉세이 네모프 선수는 9.787을 땄다. 두 선수의 점수 차이는 겨우 0.031.

여홍철이 착지에서 조금만 덜 움직였어도 금메달을 딸 뻔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수영 100m는 미국의 수영 영웅 매트 비욘디와 서독의 핵 잠수함 미하엘 그로스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었다.

그러나 금메달은 엉뚱하게도 무명이던 수리남의 네스티 선수에게 돌아갔다. 네스티의 기록 53초00과, 은메달에 그친 비욘디의 53초01을 거리로 환산하면 겨우 1.886cm 차이였다.

비욘디는 나중에 “스톱워치가 설치되어 있는 벽에 손톱 끝이 닿은 것 같아 주춤하는 사이에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며 후회했다.

올림픽 사상 가장 ‘가슴이 떨렸던 순간’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 육상 100m 결승전이었다. 금메달을 딴 미국의 게일 디버스의 기록은 10초932였고, 은메달에 그친 멀린 오티(자메이카)는 10초937이었다. 두 선수의 시간 차는 0.005초, 즉 오티의 가슴이 조금만 높았어도 메달이 바뀔 뻔했다.

기영노/스포츠평론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