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세상]유산없는 한국 스포츠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신문 스포츠면에는 ‘명예의 전당’ 기사가 심심찮게 나온다. 대개 미국의 얘기지만 야구 미식축구 농구 육상 골프 등의 스타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려지고 기념물품이 전시되게 됐다는 내용이다.

미국 스포츠에서 명예의 전당은 1939년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생긴 야구 명예의 전당이 그 효시이다. 야구 기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으나 쿠퍼스타운을 야구 발생지로 여기는 미국은 야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전당을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는 ‘스포츠 천국’답게 수많은 명예의 전당이 생겨났다. 경기단체는 물론 스포츠 재단 및 단체가 운영하는 전당이 있는가 하면 개인 지원으로 유지되는 전당도 있다. 때문에 종목에 따라 뛰어난 기록이나 업적을 낸 스포츠인사는 명예의 전당 여러 곳에 이름이 올려져 있다.

명예의 전당은 스타들의 기념관이란 의미가 강하지만 그들을 통해 스포츠역사를 조망케 한다는 점에서 스포츠박물관이기도 하다. 사실 스포츠 문화유산을 정리해 놓은 스포츠박물관은 전세계 곳곳에 있다. 스위스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박물관이나 영국의 골프박물관 경마박물관이 아니더라도 경기장이나 지역에 산재한 스포츠박물관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아직 미국의 스포츠 명예의 전당, IOC 올림픽박물관, 영국 골프박물관을 직접 관람한 적이 없다. 이웃 일본의 야구 명예의 전당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기회가 오겠지’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더 유감스러운 일은 국내에는 스포츠 명예의 전당도 없고 박물관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물론 국내 스포츠 유산이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대한체육회는 1986년 뿌리찾기 전시회를 했고, 태릉선수촌과 올림픽회관에 자료를 전시해 왔다. 체육진흥공단도 서울올림픽 기념물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경기단체로는 유일하지만 축구협회는 지난해 신축회관에 축구 전시실을 마련했다. 그러나 어느 것도 박물관은 아니다. 좀 이상하겠지만 박물관법상 국내 유일의 스포츠박물관은 알프스스키장의 스키박물관뿐인데 이는 체육계가 얼마나 역사와 전통의 존중에 무신경했는가의 증거이기도 하다.

체육회는 최근 서울 무교동 체육회관에 박물관 설치를 발표했고, 체육진흥공단도 올림픽회관에 올림픽기념관과 스포츠박물관 공사를 준비 중이다. 크건 작건 박물관이나 기념관이 곳곳에 개설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두 단체가 경쟁하는 듯한 모습은 개운치 않다. 차제에 한국의 스포츠 위상에 걸맞은 번듯한 스포츠박물관 건립 운동을 벌이는 것도 좋겠다. 그것이 국공립이건 사립이건…

윤득헌<논설위원·이학(체육)박사>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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