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스포츠 X파일③]대학특기생 비리수사 파문

  • 입력 1998년 12월 25일 20시 21분


5월말 한국체대 교수 3명과 단국대 조정감독이 전격 구속됐다. 고교 조정감독과 학부모 13명은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 특기생의 입학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이유였다.

다음엔 아이스하키가 ‘벼락’을 맞았다. 8월 경성고와 경기고 감독 구속. 10월엔 박갑철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도 같은 혐의로 연행됐다.

체육계는 숨을 죽였다.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대학의 각 종목 감독들은 은밀히 안부와 정보를 주고받았고 언론사에도 앞으로의 추이를 묻는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왔다.

11월엔 축구가 걸려들었다. 박창선 청소년 국가대표팀감독, 박상인 동래고감독, 이태호 동의대감독….

12월은 농구의 차례. 김과중 대전시농구협회장, 김태환 중앙대감독, 최성호 동국대감독이 철창신세를 졌다.

이른바 대학 특기생 파동. 그동안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졌던 ‘돈의 고리’가 낱낱이 파헤쳐졌다.

4종목의 관계자들이 차례로 걸려들었지만 내용은 똑같다. 대학특기생 입학을 전제로 학부모는 돈을 건넸고 이들은 돈을 받아 챙겼다는 혐의. 다만 액수에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5백만원부터 5천만원까지.

이같은 거래는 ‘비밀’을 전제로 하게 마련. 그런데도 어떻게 검찰이 손을 대게 됐을까.

“지난해부터 특기생 선발 비리와 관련한 진정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개 돈을 건네고도 선발과정에서 탈락한 학부모들이 낸 것이었죠. 첩보와 내사자료를 바탕으로 수사에 들어갔는데 줄줄이 엮이더라구요.”

아이스하키 수사를 지휘한 서울지검 북부지청 관계자의 증언은 이번 특기생선발 비리 수사는 ‘우발적’이라는 것. 체육계를 손보자는 의도의 기획수사는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 검찰측의 답변.

특기생 선발시 돈 주고받기는 오랜 관행. 이는 대학 체육의 구조적 모순과 재정의 취약에서 비롯됐다.

고교에 A라는 특급선수가 있다고 하자. 이 선수를 뽑기 위해 각 대학은 금전공세를 벌이고 이를 위해선 거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에선 돈이 나오지 않는다. 한편 B라는 고교선수는 능력이 시원찮아 돈으로라도 대학에 들어가려 한다. 이 과정에서 ‘변칙’이 생겨난다. 바로 B가 낸 돈으로 A를 뽑는 식이다. 물론 특기생으로 입학한 B는 대개 1년이 지나면 일반학생으로 돌아간다.

특기생 비리수사는 대학 지도자들의 위상을 여지없이 추락시켰다. 최근 검찰에 불려갔다가 풀려난 연세대 최희암 감독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왜 나와 돌아다니냐는 거예요. ‘감방’에 있을줄 알았다나요. 선수들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별 생각을 다하겠죠. 솔직히 선수들 앞에 서기가 부끄럽습니다.”

특기생 비리가 터져나오자 교육부는 2000년 대학입시부터 체육특기자 사전스카우트 관행을 금지하고 대학감독의 특기생 선발권도 박탈한다는 개선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이제 특기생 비리수사는 일단락됐다. 앞으로 더이상 확산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검찰측의 답변. “휴, 살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도 있지만 “왜, 하필 나만…”이라는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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