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스페셜]실밥 쥔 모양따라 변화구 다양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직경 7.23㎝, 중량 1백45g에 실밥 1백8개(불교의 백팔번뇌와 닮은 꼴)가 똬리를 틀고 있는 야구공. 이 야구공이 펼치는 천변만화 ‘마술의 세계’. 때로는 홀연히 위로 솟았다가 때로는 핑그르르 꽃잎처럼 아래로 떨어진다. 춤추는 야구공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그 열쇠는 바로 야구공 가죽 두 조각을 꿰맨 실밥(심:seam)에 있다. 즉 투수가 어떻게 실밥을 쥐고 던지느냐에 따라 ‘공의 춤사위’가 달라지는 것. 또 공기역학과도 관련이 깊다. 즉 야구공이 투수 손을 떠나 홈플레이트까지 18.44m를 날아가며 어떻게든 공기저항을 받아 곧게 가지 못하고 휘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럼 왜 투수는 변화구를 던질까. 두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직구를 기다리는 타자에게 느린 공을 던져 타이밍을 빼앗으려는 것. 다음은 대표적인 변화구와 그 특징. ▼ 커브 ▼ 검지와 중지, 엄지를 땅쪽으로 돌리며 회전을 주는 공. 손등은 타자쪽으로 향한다. 직구처럼 곧게 가다가 떨어진다. 손목을 돌리는 각도와 공을 채는 힘의 크기에 따라 좌우로 변하는 것과 단순히 밑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박지철(롯데) 정민철(한화) 김상엽(삼성) 이대진(해태) 등이 수준급. ▼ 슬라이더 ▼ 타자 앞까지 직구처럼 오다가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휘어나간다. 커브보다 휘는 각도가 예리하다. 손목을 꺾어 던지면 떨어지며 휘기도 한다. 던지는 동작이 직구와 같아 타자들이 속기 쉽다. 팔꿈치가 다치기 쉬운 것이 단점. 선동렬(주니치 드래건스)이 1인자로 위재영(현대) 김경원(OB) 염종석(롯데)도 잘 던진다. ▼ 싱커 ▼ 오른손 타자 몸쪽에서 가라앉는 공. 손가락으로 공을 긁듯이 던진다. 타자가 치는 순간 떨어지기 때문에 공 윗부분을 때려 땅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병살타 유도에 좋다. 삼성 조계현과 박충식이 대표적 투수. ▼ 체인지업 ▼ 직구와 던지는 모습이 같지만 직구에 비해 10㎞ 이상 느려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 효과적. 이중 서클체인지업은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붙여 공 옆에 두고 남은 세 손가락으로 던진다. LG 임선동이 구사한다. ▼ 포크볼 ▼ 포크처럼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어 던지는 것. 타자 앞에서 회전없이 뚝 떨어지는 것이 특징. 중지에 힘이 많아 모아지면 바깥쪽으로 떨어진다. 검지에 힘을 실으면 안쪽으로 휜다. 투수조차 공이 어디로 갈 지 모르고 포수들이 가장 애를 먹는 구질. LA다저스의 노모 히데오와 LG 김용수가 일류급. 변화가 심한 공이라고 타자가 못때려 낸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 변화구라도 면도날같은 제구력이 뒤따라야 더욱 빛을 발한다. 또 어떤 공을 던지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동작이 같아야 한다. 물론 공을 쥔 손가락 모습을 절대로 타자들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김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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