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그룹,「조던」연봉으로 살 수 있다』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주가 하락과 환율 폭등으로 온 나라가 시름에 잠겨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내기업 인수합병(M&A)을 노리는 외국인들은 연일 쾌재를 부르고 있다. 주식값이 폭락한데다 달러화의 가치가 크게 올라 말 그대로 헐값에 상장회사를 사들일 수 있기 때문. 10일 종가를 기준으로 국내 30대그룹 계열 상장사 1백89개의 주식을 한도(종목당 50%)까지 사들일 경우 드는 돈은 1백7억9천8백만달러. 1년 전인 96년 12월10일에는 1백81개사의 지분을 50% 확보하는데 2백96억2천7백만달러가 들었던데 비하면 36.5%로 줄어든 셈. 1년새 종합주가지수가 702.83에서 399.85로 43%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8백33.30원에서 1천5백63.50원으로 88% 치솟으면서 국부(國富)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특히 진로(4개사) 해태(3개사) 한일그룹(2개사)은 1천1백만달러, 신호그룹(7개사)도 1천6백만달러면 상장계열사들의 지분 50%를 사들일 수 있다. 상장회사 대주주의 평균 지분율이 33%에 불과하므로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30%만 확보하면 된다. 30대그룹 전 상장계열사 지분 30%를 사는데는 64억8천만달러면 충분하다. 올 연봉이 1천8백만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이 1년소득만으로도 한국에서 재벌그룹 「회장님」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50%의 지분 확보에 5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재벌그룹 상장회사도 1년전 13개사에서 지금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2개사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몸값(50% 지분)은 1년 사이에 각각 31억3천6백만달러, 16억3천만달러에서 16억3천만달러, 9억5천4백만달러로 반토막났다. 기아자동차 대우중공업 삼성전관 유공 쌍용정유 LG전자 LG정보통신 LG반도체 한라공조 현대건설 현대자동차 등 굵직한 기업들은 「5억달러」 대열에서 탈락했다. M&A 전문가들은 『외자도입법에 따라 적대적 M&A를 노리는 외국인 1인이 살 수 있는 한도는 9.99%로 한정되지만 몇 명이 연대한다면 「힘센 달러화」에 경영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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