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한국축구 上]정신력-체력-행정력 『3不위기』

  • 입력 1996년 12월 17일 20시 00분


<아시아최강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던 한국축구가 제11회 아시안컵대회에서 국민들을 분노케하는 기대이하의 졸전끝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시아정상탈환은 커녕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만 한국축구. 과연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할 자격은 있는 것인가. 한국축구의 문제점과 대책, 앞으로의 과제 등을 나눠 짚어본다.〉 「두바이〓李賢斗기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3회연속 월드컵본선출전의 금자탑을 세우며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해온 한국축구. 그러나 이번 아시안컵대회에서 드러난 한국축구는 차라리 「종이 호랑이」라는 표현이 걸맞았다. 이같이 허약한 모습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을 앞두고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번 아시안컵대회에 대비, 8개월간의 훈련을 가진 이란 등 대부분의 참가팀들은 1년안팎의 강도높은 훈련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자만심에 빠진 한국은 국내프로리그를 마친 뒤에야 선수들을 소집해 훈련기간이 한달이 채 안됐다. 게다가 스타의식에 빠진 일부 간판급 선수들의 훈련소홀과 경기에서의 성의없는 플레이는 전체선수단의 응집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매경기 후반전 들어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것은 체력적인 문제도 있지만 바로 이같은 일부선수들의 불성실한 플레이가 나머지 선수들의 의욕까지 떨어뜨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한 코칭스태프와 장기 플랜을 갖지못한 축구협회 등도 급추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의 코칭스태프를 구성할 당시 전임감독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 이를 무시한 채 이번 대회 성적을 감독경질의 잣대로 삼겠다고 으름장을 놓음으로써 코칭스태프의 선수장악을 어렵게 한 점이 그 극명한 예다. 전문가들은 지금을 한국축구의 「위기」라고 단언한다. 내년 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 통과도 현재로선 꿈에 불과하다고 확언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이번의 무기력한 패배를 3개월 후에 반전시키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의 「화려한 재기」. 이를 위해서는 보다 문호를 개방해 선진축구기술을 받아들이고 대표팀전력의 근간이 되는 국내프로축구의 활성화와 전용구장의 확충 등 오랜 숙제가 풀려야 한다. 여기에 어설픈 스타의식에 사로잡힌 선수들의 각성과 함께 끈끈한 팀워크가 살아나야 한국축구는 힘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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