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여친 191회 찔러 살해한 20대…‘징역 17년→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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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17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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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결혼을 약속한 동거녀를 흉기로 191회나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7년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는 1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28)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동기를 임의로 단정해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범행에 이르게 된 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정황, 피고인과 피해자가 처했던 가정적·사회적·경제적 상황이나 주변 배경, 범행 전후 피고인의 말과 행동,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심리 상태에 주목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잘 표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불안해하는 성격적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범행 직전 무렵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곤경에 처했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결국 이 사건 범행까지 저지르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범행이 매우 끔찍하고 잔인하며,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상황과 동기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피고인 역시 자신의 행위와 그 결과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피해자 유족의 아픔에 비할 바 아니며, 유족에게 진지하게 사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중증 장애가 있는 부모와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게 각자의 삶을 꾸려오던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었다. 애통한 마음으로 고심을 거듭했다”면서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의 구형에 가까운 형을 선고하기로 했다”며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에서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기각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7월 24일 오후 12시 59분경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동거녀 20대 B 씨를 집에 있던 흉기로 191회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B 씨와 동거 중이던 A 씨는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는 와중에 B 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자 격분한 나머지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범행 직후 흉기로 자해하고 112에 범행 사실을 직접 신고했다.

사건 당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 후 의식을 되찾은 A 씨는 수사 끝에 법정에 섰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층간 소음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던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피해자 유족들은 “17년은 합당하지 않다.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내려달라”고 탄원했다. 또 A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면서 B 씨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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