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색 시술 받은 20대男, “성공하면 갚겠다” 쪽지 남기고 맨발 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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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15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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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TN 보도화면 캡처
사진=YTN 보도화면 캡처
미용실에서 탈색 시술을 받은 20대 남성 손님이 “성공하면 갚겠다”는 쪽지만 남겨둔 채 돈을 내지 않고 도주했다.

최근 YTN 보도와 JTBC ‘사건반장’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한 20대 남성 손님이 미용실에서 탈색 시술을 받은 뒤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용실 사장 A 씨는 이날 직원 없이 혼자 근무했다. 손님이 많아 바쁜 와중에 20대 남성 B 씨가 들어와 탈색 시술을 요청했다. A 씨는 1시간 뒤로 예약하고 오면 된다고 했고, B 씨는 “예약을 했는데 갈 데가 없어 미용실에서 기다리겠다”며 1시간을 기다렸다가 시술을 받았다.

탈색 시술이 다 끝나고 가방을 챙겨 계산대 앞에 선 B 씨는 지갑을 찾는 척 가방을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작은 쪽지만 놓아두고 그대로 뛰쳐나갔다.

놀란 A 씨는 곧바로 B 씨를 쫓아갔지만, B 씨는 신발까지 벗어 던진 채 전력질주로 도망쳤다. A 씨는 결국 B 씨를 붙잡지 못하고 빈손으로 가게로 돌아와야 했다. 시술 비용은 6만 4000원이었다.

B 씨가 남긴 쪽지에는 “저는 22살이고 작가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제가 지금은 형편이 어렵고 돈이 없다. 나중에 성공해서 돈을 벌면 은혜를 꼭 갚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적혀 있었다.

다음 날 A 씨가 추가로 발견한 또 다른 쪽지에는 “공황장애가 있고 몸이 좀 안 좋지만 극복하고 있다. 원장님이 손님 말에 공감해 주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는 글도 쓰여 있었다.

영상=JTBC ‘사건반장’
영상=JTBC ‘사건반장’


CCTV에는 시술 중 쪽지를 적는 B 씨의 모습이 포착됐다. A 씨는 “다른 직원 없이 혼자 있어 신경을 쓰지 못하니까 범행을 계획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예약을 했다는 A 씨의 말도 거짓말이었다.

B 씨는 시술 중 A 씨에게 명함을 달라고 요청하면서 ‘앞으로 자주 오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계산대 앞에서도 또 다시 명함을 달라며 주의를 분산시킨 뒤 쪽지만 올려놓고 도주했다.

현재 A 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B 씨가 남긴 쪽지와 CCTV 영상을 제출한 상태다. 그는 “생각해 보니 분하기도 하고 이 사람이 상습범이면 다른 매장에 2차 피해를 줄 것 같아 신고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을 본 박지훈 변호사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이 될 수 있지만 상습적으로 했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 얼굴이 너무 잘 찍혀 있기 때문에 검거되기 십상이다.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근처 CCTV와 인상착의 등을 분석해 용의자 신원과 행방을 추적하고 있으며, 용의자를 특정하면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할 방침이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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