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커플의 ‘지각 혼인신고’에 국적 잃은 남매 소송…대법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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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9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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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DB)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DB)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남매가 국적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가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법무부는 출생 당시 부모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고 이후 국적 취득 절차도 밟지 않았다며 ‘국적 비보유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부모가 아닌 남매에게는 잘못이 없다며 국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 씨와 B 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적비보유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1998년, B 씨는 2000년에 한국 국적 아버지와 중국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매의 아버지는 2001년 6월 출생신고를 했고, A 씨와 B 씨는 각각 17세가 되던 해인 2015년과 2017년에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출생 당시 부모들은 법적 혼인 상태가 아니었고, 2008년 12월에야 혼인신고를 했다. 관할 행정청은 2009년 남매에 대한 출생신고가 ‘외국인 모와의 혼인 외자의 출생신고’에 해당해 정정 대상이라며 가족관계등록부를 말소했다.

이에 2009년 5월 아버지가 인지 신고를 하면서 이들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로 등재됐으나 국적은 중국으로 표시됐다. A 씨 남매의 가족관계등록부는 별도로 작성되지 않았다.

A 씨와 B 씨는 2019년 1월 법무부에 국적법 제20조에 따라 국적보유판정을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이들이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에게 국적비보유 판정을 했다. 이에 반발한 두 사람은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공적 견해 표명의 존부 및 귀책 사유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A 씨 남매가 주민등록번호 등을 부여받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신뢰한 것을 잘못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법무부의 국적비보유 판정은 신뢰 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A 씨 남매의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되고, 출입국본부가 2013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국적 취득 절차를 안내했음에도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미성년자였던 A 씨 남매가 아닌 부모들의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행정청의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견해 표명이 철회됐거나 그 견해 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원고들의 부모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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