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공짜는 없다”… 고수익 상품은 원금 잃을 위험도 커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8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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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손실 비율 동일해도… 거래수수료 때문에 원금 줄어
‘고위험 고수익’ 원리 적용 땐 높은 수익 위해 투자 횟수 증가
결국엔 원금 손실 위험 높아져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2월 15일 감사원 앞에서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수익을 강조한 위험 상품은 그만큼 원금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동아일보DB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2월 15일 감사원 앞에서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수익을 강조한 위험 상품은 그만큼 원금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동아일보DB
상품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고령층 등을 상대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판 은행들이 하나둘 배상에 나서고 있다(동아일보 사설 4월 4일자)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일해서 얼마를 버느냐보다 어떤 의미에선 번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충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번 경우처럼 금융회사의 불성실한 상품 판매가 원인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손실을 일부 보상받을 수 있지만, 금융 상품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원칙적으로 모든 손실은 투자자 본인 책임으로 귀결됩니다.

● 주식거래 수수료 챙기는 증권사들

자산 관리와 금융 투자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면 다양한 금융 상품의 근간에 깔린 원리와 함정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은 그중 몇 가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벌거벗은 세계사’ 라스베이거스편을 시청했는데 “카지노로 돈을 벌고 싶거든 카지노를 운영하라”는 말을 접했습니다.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돈을 벌겠다는 꿈을 꾸지 말라는 뜻일 겁니다. 저는 이 말이 도박에 가까운 주식 투자에도 적용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도박하듯 주식 투자를 하면 투자자는 결국 손해를 보고 이익은 금융회사가 모두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손익비대칭성의 원리’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의 원금으로 20%의 이익을 보고 그 다음 20%의 손실을 보면 원금이 유지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원금이 96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만약 동일한 이익과 손실이 반복된다면 원금은 0으로 수렴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는 작은 비율이지만 계속 수수료 수입을 챙깁니다.

금융회사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수수료를 모아 높은 빌딩을 짓습니다. 반면 손실과 이익이 대칭을 이루지 않기 때문에 20%의 손실을 본 투자자(100만 원→80만 원)는 본전을 찾기 위해 25%의 이익(80만 원→100만 원)을 위한 모험적 투자를 시도하게 됩니다.

● 고수익 상품, 원금 잃을 위험

여기에서 두 번째 원리가 적용됩니다. ‘고위험 고수익의 원리’입니다. 원금 손실의 위험이 높을수록 그 성공에 대한 보상은 커진다는 원리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고수익을 원한다면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고수익이 나오는 경우가 낮은 확률로 나타나는 게임에서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게임을 아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손익비대칭성의 원리에 따라 투자 횟수가 증가하게 되면 원금은 점차 감소하기 때문에 결국 투자자는 손실을 봅니다.

수익과 위험의 비례관계는 대부분의 금융 상품에서 철저하게 지켜지는 원리이기 때문에 고수익 보장 상품의 경우 매의 눈으로 여러 조건을 살펴야 합니다. 홍콩 ELS의 경우에도 홍콩증시의 등락에 상관없이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한다는 메리트가 있었지만 홍콩증시가 특정 시점에 폭락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는 함정 같은 조건이 있었던 겁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격언은 철칙에 가깝습니다. 예금의 경우 수익이 매우 낮아 신통치 않은 상품인 것 같지만 원금 손실의 위험이 전혀 없는 안전함이라는 만족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나름의 합리적인 상품인 겁니다.

● ‘빚투’는 신중해야

마지막으로 ‘레버리지의 유혹’을 설명하겠습니다. 레버리지는 ‘지렛대’라는 의미의 영어로 빚(대출)을 내 투자하는 걸 말합니다. 원금 100만 원으로 10만 원의 이익을 얻으면 수익률은 10%가 되지만, 원금에 빚 100만 원을 더해 20만 원의 이익을 얻으면 원금 대비 20%의 수익률을 거두는 셈이 됩니다. 이런 원리를 활용하면 작은 원금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익이 아니라 손실이 발생할 경우 원금이 모두 사라져 깡통이 되는 순간을 매우 빠르게 직면하게 될 겁니다. 레버리지는 기업 입장에서 사업 확장이나 단기적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으나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상품 설명을 제대로 안 하고 황금빛 미래로 소비자를 유혹한다면 금융회사의 광고는 카지노의 네온사인과 다를 게 없을 겁니다. “10년 이상 보유할 주식이 아니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라는 워런 버핏의 말을 떠올려 봅니다. 곱씹을수록 도박 같은 투기와 건전한 투자의 차이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투자 명언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고위험 고수익#주식거래 수수료#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빚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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