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 10년 전 악몽 재연되나… “부채 비율 205%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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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위기 우려에 사업 ‘빨간불’
■ 용지 매각 불발돼 대금 회수 못해
검단신도시 103 역세권 개발 사업… 공모에도 참여자 없어 매각 무산
■ 원도심 개발 등 계획 수정 불가피… ‘도화구역 개발사업’ 사업성 떨어져
해결 못한 공사채 3900억원에 달해… 내년 ‘동인천 개발사업’도 불투명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인천도시공사(iH) 사옥.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투자 유치, 자산 매각, 분양 저조 등으로 재정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도시공사 제공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인천도시공사(iH) 사옥.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투자 유치, 자산 매각, 분양 저조 등으로 재정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도시공사 제공
인천의 대표 공기업 인천도시공사(iH)가 10여 년 전처럼 다시 재정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올해 투자 유치, 자산 매각(용지 분양), 분양 실적 등 사업 전반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어서다. 자칫 iH로 인해 인천시가 ‘재정 위기 주의 단체’로 다시 지정될 경우 정치 쟁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용지 매각 불발 등 잇단 적신호

iH가 내심 기대해 왔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103 역세권’ 개발 사업인 ‘RC7 블록 커낼콤플렉스’. 지난달 15일 민간사업자 공모를 했지만, 사업 참여자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지을 수 있는 이 용지는 8만8881m² 규모로 매각대금은 4435억 원에 이른다. i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매각이 무산되면서 재정 상황이 안 좋은 iH 입장에서는 당장 2200억여 원의 용지 매각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103 역세권이 인천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이고 경기 고양시 일산까지 연장이 추진되는 교통 핵심 지역이라는 것이다. 검단신도시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최 모 씨(49)는 “교통 요충지에 있고 주상복합 아파트 1600여 가구가 들어서는 RC7블록 용지 매각이 무산되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를 실감한다”며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가 40층 높이의 랜드마크를 지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산돼 지역 주민들의 실망이 크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2022년 5월 입주를 시작한 부평구 십정동 더샵 부평 센트럴시티 아파트 내 상가 15곳은 최근까지도 매각이 되지 않아 iH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런 사례는 iH가 발주한 개발사업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iH의 재정은 자칫 최악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올해 용지 매각 등 신규 매각 계획은 애초 계획 1조1000억 원 대비 68%인 7500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원도심 개발 등 인천 도시개발사업의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 원도심 개발 차질도 우려

iH가 늘 재정 위기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인천시의 강력한 요청으로 추진한 도시 개발 사업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미추홀구 도화동에 있던 인천대를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고 낙후된 원도심을 개발한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이 대표 사례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재정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2014년 행정안전부는 지방 공사채 관리 운영 실태를 점검하던 중 도화 구역 도시개발사업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에 행안부는 iH에 손실분 7000억여 원을 인천시에서 보존받는 협약을 체결하라고 통보했다. 행안부는 인천시에서 손실분을 먼저 보존받을 것을 통보하면서 공사채 발행을 반려하기도 했다. iH가 현재까지 해결하지 못한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 공사채는 무려 3900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재정 상황에서도 iH는 2023년 결산 결과에 따라 올해 인천시에 520억 원의 배당을 줘야 한다. 자본금이 빠져나가면서 부채는 1000억 원을 웃돌고 부채 비율은 205%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개편된 부채 중점관리제도에 따라 부채가 1000억 원 이상이고 부채비율 200% 이상인 기관을 부채 감축 대상 기관으로 지정한다. 인천시는 iH에서 2020년 342억 원, 2021년 1300억 원, 2022년 600억 원의 배당을 받아 왔다.

iH 관계자는 “부채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되면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동인천 일원 도시개발사업’을 위한 공사채 발행이 어려워져 보상비 마련도 쉽지 않을 수 있다”며 “10여 년 전처럼 인천도시공사가 ‘빚을 내 다시 빚을 갚는 악순환’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직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도시공사#재정 위기 우려#용지 매각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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