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 더 지속되면 존립 위기”…경영난에 휘청이는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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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3일 0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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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소재 대학병원 수술협진실에 휴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4.4.2. 뉴스1
2일 오전 서울 소재 대학병원 수술협진실에 휴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4.4.2. 뉴스1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난 지 7주째 접어들면서 병원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쌓여가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병원은 전날 직원들에게 공지를 통해 “우리 병원을 포함한 수련 병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부득이 비상경영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올해 배정된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비상 진료체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하겠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포함해 숱한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냈듯 이번 위기 또한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할 수 있도록 이해와 협조를 부탁한다”고 공지했다.

서울대병원의 비상경영체제 전환은 빅5 병원 중 연세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에 이은 세 번째다. 연세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중순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무급휴가, 병동 운영 축소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서울대병원도 운영 효율화를 위해 전체 병동 60여개 중 응급실 단기 병동 등 10개 병동을 폐쇄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이미 1000억원 규모로 늘려놓은 상태다.

빅5 병원이 아닌 병원들의 시름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도 자금난을 이유로 비상 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이날 직원들에게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알리는 자리에서 박형국 순천향대 천안병원장은 “매일 수억 원의 적자행진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며 “새 병원 완공 및 감염병 전문 병원 착공 지연은 물론 임금 지급마저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금난이 한 달만 더 지속되거나 비상 진료체계마저 무너진다면 곧바로 병원 존립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병원도 지난달 26일 6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계백병원의 경우 교수 등을 대상으로 급여 반납 동의서를 받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금 평소 지출하던 건의 결재를 올려도 예산 심의에서 다 걸려서 통과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병원이라는 곳이 수익률이 높지 않고 버는 대로 인건비 등으로 다 나가는 곳이라 당장 사정이 나아진다고 해도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릴 것 같다. 올해는 다들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은 “총선 이후까지 이 사태가 지속될 것 같으면 정부에서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 월급도 못 줄뿐더러 병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도 이 같은 병원들의 상황을 청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단기간에 상급종합병원 등 전공의가 많은 병원에서 의료진 이탈로 인해 생기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그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은 정부가 특히 응급·비상 의료 분야에서 제대로 진료가 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재정 1882억 원을 투입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진 이탈 부분을 예비비를 통해 의료진을 신규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3월에 이어 이달에도 1882억 원의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 예산으로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100% 가산 △응급실에서 시행하는 68개 응급의료행위 150% 가산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배정된 중증 환자를 진료한 경우 약 7만 원의 배정지원금 지급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 내원 후 24시간 내 중증·응급수술 시 처치·수술료 150% 가산 △고난도 처치 등이 필요한 전문진료질병군 입원에 입원료의 100% 추가 보상 △전문의가 중환자실 환자를 진료할 경우 입원환자당 정책지원금 하루 2만 5000원 지급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들은 정부의 이 같은 지원으로는 병원 경영난을 해소해 주지 못하고 입을 모은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정부에선 건강보험재정 1882억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이 많은 병원 적자를 메우기엔 턱없는 규모”라며 “하루에 10억씩 적자라고 치면 벌써 두 달이 지났으니 어림잡아도 600억 적자인데 상식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일반 수련 종합병원들은 더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책이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한 사립대 병원 관계자는 “원래 수가 구조도 그렇지만 상급종합병원이나 국립대 병원 쪽으로 더 많이 지원되고 있어 어떻게 보면 우리 같은 종합병원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안 그래도 원래 경영이 어려운 곳인데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김한수 병원장도 지난달 29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지원이 미봉책에 그치면 안 되며,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관 단위 보상 등 지속 가능한 지원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정부도 추가적인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병왕 실장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수입이 줄어들었는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대한 지원 방안이 있는지 지금 검토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부분은 현재 상황을 먼저 분석해서 지원 방안들이 마련되면 다시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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