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의사 매도하는 정치인, 환자 통해 낙선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9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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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제42대 의협 회장 당선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3.29/뉴스1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인 임현택 당선자가 “정부 여당에 대한 낙선 운동”을 거론하며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에게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10일 총선을 앞두고 의사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며 세를 과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하지만 임 당선자의 강경 발언을 두고 의대 교수들 사이에선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정부가 국민 생명 담보로 러시안 룰렛”

임 당선자는 29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의사에게 나쁜 프레임을 씌우는 정치인들을 타깃팅해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를 통한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의협이 국회 20~30석 당락을 좌우할 전략이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힌 것이다.

임 당선자는 “정부와 여당이 2000명을 양보 안 하는 건 국민 생명을 담보로 ‘러시안 룰렛(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 것”이라며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 보좌진들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왜 의료 현장을 떠났는지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이번 사태가 초래된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자신을) 잘못 보좌한 이들의 책임을 묻고 국가를 바로잡길 바란다”며 대통령실 및 정부 내 관계자 문책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오전 JTBC에 나와 “대통령 주변 ‘십상시’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네의원을 포함한 의사 집단휴진에 대해선 “공은 정부에 넘어가 있다. 총파업의 전제조건은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들에 대해 부당한 정부 탄압이 들어올 경우”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부가 제안하는 ‘조건 없는 대화’ 요구에는 “일고의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정부가 증원 규모를 재검토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다.

26일 의협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임 당선자의 임기는 5월 1일부터다. 하지만 그는 “(임기 시작 전이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순 없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당선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대신 비대위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의협은 31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임 당선인이 비대위까지 이끌지 등 비대위 개편과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한다.

● “정원 감축 주장 공감 얻기 어려워”

의사단체 내 강경파들은 임 당선자의 투쟁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임 당선자는 지난달 1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의료개혁’을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었을 때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반대 의사를 전하겠다고 나서다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게 강제로 끌려 나갔을 정도로 저돌적이다.

다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전공의, 의대 교수 사이에선 임 당선자가 전면에 나설 경우 정부와 타협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전국 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는 “정부의 대화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임 당선자의 강경 발언과 저돌적인 투쟁 방식이 사태를 더 파국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공립 대학교수들의 모임인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도 29일 성명을 내고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임 당선자의) 주장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입장을 거두고 환자와 국민을 생각해 정부의 대화 제의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0명 증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강고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9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개혁의 성패는 국민 5000만 명의 생명과 직결된다”며 “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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