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10명 중 1명 ‘사직서 제출’ 동의 안해…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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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27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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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26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26 뉴스1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일부 교수들은 제자인 전공의에 대한 처벌을 좌시할 수 없다는 취지에는 동의해 진료 축소 등 집단행동에는 동참하지만, 경제적인 이유, 의료대란 등으로 사직서 제출을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지난 25일 오후 각 의대 교수협의회에 ‘주 52시간 근무 가이드라인’을 발송하고, 각 교수협은 이를 교수들에게 배포해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료를 축소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후 교수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밤샘당직을 서는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과로 등으로 환자를 보는데 무리가 가자 근무하는 시간을 절반가량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다수 의대 교수들은 진료 축소 등 집단행동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소재 정형외과에 근무하는 한 의과대학 교수는 “전공의들이 이탈한 후 한달 동안 교수들이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주간 90시간 넘게 일을 했다”며 “교수들 사이에서는 ‘사직’보다 ‘순직’이 더 빠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른 교수들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소재 내과 교수도 “수련병원이면 의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전공의들을 수련하는 게 대학병원의 역할인데 학생도 없고 전공의도 없으면 교수 신분을 내려 놓는 게 맞다는 것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교수들의 생각”이라며 “단체행동을 하게 되면 사직서를 제출하자고 (병원 내) 교수들이 90% 이상 동의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기로 결의하거나 합의했다. 주된 이유는 정부의 의대 증원 재검토,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백지화 등이다. 대다수의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 취지에는 동감했으나, 사직서 제출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의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난 후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는 사람도 있고, 다른 안건으로 그만두겠다는 사람들도 많다”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몇 명이 사직서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제적인 이유로 사직서 제출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당장 나가기에는 (외부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병원에서 자리를 잡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해도 (병원에서) 붙잡는 경우가 있고, 선택권이 많아 협상력이 있다. 하지만 저같이 교수가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상황이 다르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서 제출 대신 병원에 남아 병원 경영 정상화, 필수의료 유지에 힘을 쓰자는 주장을 하는 교수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소재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은 “자율적인 진료 축소는 의대 교수들이 많이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결의를 더 할 지는 미정인 상황”이라며 “아직 사직서를 대학당국이나 병원에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 아직 강경하게 (사직서를 제출하자고) 해보자는 선생님은 많이 계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원장도 (사직서 제출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여기에 일부 교수들은 병원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내과에서 환자를 다 본다고 해도, (환자를 외과로 전과할 경우) 외과에서 수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 정상화든지)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미정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아픈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국민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지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권’ 유지와 같은 사회의 필수 서비스는 어떠한 경우에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우려했다.

이어 “의사가 파업할 경우에는 응급의료와 암 수술 등의 필수 의료는 중단되지 않도록 조치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의사 파업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며 “우리마저 사직하면 필수의료를 제공하지 못하게 돼 ‘의료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환자 곁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교수님들의 뜻이 전체 의료계로 확산하기를 바란다”며 화답했다. 정부는 중증·응급 진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의대 교수들의 지속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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