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시달리다 신상 털리고 숨진 공무원…김포시, 순직 신청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3월 26일 08시 12분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숨진 김포시 9급 공무원의 유가족이 시와 함께 순직 인정 신청을 하기로 했다.

경기도 김포시는 공무원 A 씨(37)씨의 유가족과 함께 이번 주에 순직 인정 신청서를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시와 A 씨 유가족은 유족급여 신청서, 사망 경위 조사서, 증빙 자료 등 순직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 중이다.

연금공단이 서류 검토와 현장 조사를 거쳐 자료를 인사혁신처로 보내면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순직 인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A 씨의 순직이 인정되면 유가족은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시는 앞서 교권 침해에 시달리다가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 사례 등을 토대로 A 씨의 순직 인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를 담당한 A 씨가 악성 민원과 신상 공개에 시달리던 중 숨졌기 때문에 사망과 업무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도 A 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악성 민원을 제기한 누리꾼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순직 인정에 필요한 인과관계가 입증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시는 숨진 A 씨를 가해한 누리꾼들을 공무집행방해, 모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지난 13일 경찰에 의뢰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이상 기후로 포트홀 업무가 많아진 상황에서도 고인이 마치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허위 사실이 실명, 직통번호와 유포됐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안 좋은 결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순직이 인정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3시 40분경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김포시 공무원인 30대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는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발견됐다.

경찰은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유족 측 실종 신고를 받고 동선을 추적해 A 씨 위치를 파악했다. A 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오후 9시 40분경 온라인 카페에 김포한강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A 씨를 비난하는 글은 없었다.

그러나 한 누리꾼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 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한 이후로 A 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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