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협 “2000명 증원 백지화, 0명 의미하는 건 아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5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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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3.25. 뉴스1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3.25. 뉴스1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5일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 철회와 재검토를 요구하면서도 백지화가 곧 ‘0명’이란 의미는 아니라며 증원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악화의 출발점은 의사 집단에 대한 비아냥과 겁박”이라고 강조한 뒤 “의대 입학정원 문제는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2000명은 의대에서 도저히 교육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수용 불가하다”며 “올바른 교육과 적절한 수련을 받을 기회가 박탈되는 상황은 협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0명 증원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서류상 만들어진 숫자에 불과하다는 게 전의교협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가처분 신청까지 낸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도 숫자가 조정된다면 증원 자체에 대해선 수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숫자를 정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면서 “의대 교육 여건이나 의사 수 추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상황에서 숫자가 발표되는 게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백지화와 재검토를 얘기하고 있는데 백지화가 0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학적인 사실과 수련 여건을 반영한 결과가 나오면 수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과 진료 시간 축소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의에는 “저희가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협의체 구성이나 전공의 처벌 유예에 대한 언급은 과거보다 진일보한 제안으로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 제안의 구체성이나 협의체에서 다룰 내용이 자세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자발적 사직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면서 “전공의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교수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환자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밖에 없으므로 외래진료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전의교협은 이날부터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는 별개의 교수 단체다. 김 회장은 “(저희는) 교수들의 사직을 결의하지는 않았고, 자발적 사직이 있으면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이날 오전 별도의 성명을 내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다고 알렸다. 비대위는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의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며 “정부는 의대생, 전공의, 교수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증원을 철회하고 당장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비대위 성명에는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까지 19개 의대가 이름을 올렸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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