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27조 역대최고…킬러문항 배제에도 고교생 껑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4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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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목동본원에서 수험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2023.07.02. 뉴시스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목동본원에서 수험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2023.07.02. 뉴시스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이 27조 원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교육을 받은 사람의 비율과 사교육 참여시간 등도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사교육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사교육비를 24조2000억원 이내로 묶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오히려 ‘3년 연속 역대 최대’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특히 고교생의 사교육비 증가율이 가장 높아서 윤 정부의 수능 킬러문항 배제 등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 교육부·통계청
2023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 교육부·통계청

교육부와 통계청은 14일 전국 약 3000개 초중고교생 7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령인구가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은 2022년의 26조 원보다 4.5% 증가한 27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가장 많았던 사교육비를 1년 만에 또다시 경신한 것이다. 사교육비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19조4000억 원으로 잠시 떨어진 뒤 2021년(23조4000억 원)부터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초중고교 전체 학생 수(521만 명)는 2022년(528만 명)과 비교해 7만 명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이 늘어난 것은 사교육비 참여율과 1인당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1년 전보다 0.2%포인트 늘어난 78.5%로 집계됐다. 전체 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2022년(41만 원)보다 5.8%포인트 증가했다.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5만3000원이다. 2022년(52만4000원)보다 5.5%포인트 늘어난 것. 사교육 주당 참여시간도 7.2시간에서 7.3시간으로 늘어났다.

특히 고교생, 초등생 순으로 사교육비 증가 폭이 컸다.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6.9% 증가한 49만1000원이었다. 초등학생 사교육비는 6.8% 늘어난 39만8000원으로 중학생 증가율(44만9000원·2.6%)을 앞질렀다. 2022년에는 초등생의 증가폭이 두드러졌으나, 지난해에는 고교생의 사교육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 지시로 시작된 수능 출제 기조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전체 학생·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교육부·통계청
2023년 전체 학생·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교육부·통계청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 금액별로 보면 월 평균 60만 원 미만 구간은 전년 대비 적게는 0.1%포인트에서 많게는 1%포인트까지 줄었다. 하지만 60만~70만 원 구간은 0.2%포인트 늘었고, 70만 원 이상 지출한 학생 비중은 22%로 2022년(19.1%)보다 2.9%포인트 증가했다.

학교가 끝나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 뺑뺑이’로 시간을 메우는 초등학생의 비율은 여전히 높았다. 지난해 초등학교 사교육 참여율은 86%로 전년(85.2%) 대비 0.8%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중학교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한 75.4%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는 0.5%포인트 증가해 66.4%가 사교육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가구 월평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높았다.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1000원으로 전체 소득 구간 중 가장 높았다. 반면 300만 원 미만 가구는 18만3000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사교육 참여율도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는 87.9%, 300만 원 미만 가구는 57.2%로 격차가 컸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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