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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 죽거든 보증금까지…” 김밥 팔아 전재산 기부한 할머니 영면
동아닷컴
업데이트
2024-03-13 16:41
2024년 3월 13일 16시 41분
입력
2024-03-13 16:13
2024년 3월 13일 16시 13분
박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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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제공/뉴스1
한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돈을 모두 기부하고 40년간 장애인을 위해 봉사해온 박춘자 할머니가 마지막 월세 보증금까지 전 재산을 내놓고 생을 마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박 할머니가 지난 11일 9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며 본인이 살던 집 보증금 5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13일 밝혔다.
박 할머니는 이미 생전 6억 원이 넘는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에 기부했다.
열 살 무렵 학교를 중퇴한 할머니는 “돈이 없어 학업을 놓아야만 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매일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3억 원을 2008년 초록우산에 기부했다.
40여 년간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왔고, 11명의 지적장애인을 집으로 데려가 20여 년간 친자식처럼 돌봤다. 수녀원에 장애인 거주시설 건립 기금 3억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해외아동 지원에 써 달라면서 1000만 원을 추가로 초록우산에 전달했다. 이후에도 “죽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나눠야 한다”며 기부를 이어갔다.
이러한 선행이 알려지며 2021년 LG 의인상을 받았고, 같은 해 청와대 기부·나눔 단체 행사에 초청받았다.
당시 박 할머니는 홀아버지 밑에 자라며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 팔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렇게 번 돈으로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너무 행복해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다”고 기부하는 이유를 밝혔다.
박 할머니는 몇 해 전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하면서 본인이 떠나면 살고 있던 집 보증금 5000만 원을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뜻을 초록우산에 전달했다.
장례는 고인이 지냈던 경기 성남의 소망장례식장에서 치러졌고, 13일 오전 발인식을 거쳐 안성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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