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두고 테니스 치러간 남편…“엮이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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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2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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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방치한 채 운동하러 외출한 6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2일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장일희)는 유기 혐의로 경찰에서 송치된 A 씨(63)의 죄명을 유기치상으로 변경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5월 9일 오후 6시 12분경 인천시 강화군 자택 화장실에서 외상성 경막하 출혈(뇌출혈)로 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50대 아내 B 씨를 보고도 방치해 중태에 빠뜨리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테니스를 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들렀다가 쓰러진 B 씨를 목격했다. 그는 B 씨의 사진을 찍어 의붓딸에게 보낸 뒤 곧바로 외출했다.

B 씨는 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당초 경찰은 지난해 7월 A 씨에게 유기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당시 검찰은 B 씨의 머리 부상과 관련한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경찰은 2개월간 보완 수사를 거쳐 유기치상에서 유기로 혐의를 변경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의료 감정 등 보완 수사를 통해 A 씨가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떠나 B 씨 치료가 지체되면서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고 판단하고 유기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A 씨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예전에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적이 있다”며 “아내와 더 이상 그런 일로 엮이기 싫어서 그냥 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A 씨는 가정폭력으로 3차례 경찰에 형사 입건됐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B 씨에게 생계비 및 치료비를 지원했으며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추가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며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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