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전’ 벌이다 상대방 회사 침입해 행패 부린 래퍼 벌금형

새벽 2시 “주소 까라” “대가리 깬다” 협박

사진=손심바 인스타그램

래퍼 손심바와 디스전을 벌이다 그의 소속사 데자부그룹 건물에 침입해 유리벽을 깨고 CD 등을 훼손한 래퍼 감마(32·본명 신유범)가 벌금 15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신 씨는 SNS상에서 래퍼 손심바와 서로를 비난하는 노래(디스곡)를 발표해 갈등을 빚던 중 지난 2022년 6월 15일 새벽 2시경 피해자에게 SNS를 통해 “주소 까라 갈 테니까”, “대가리 깬다니까”, “못할 것 같지?” 등 욕설을 섞은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실제로 피해자를 찾아갈 것처럼 말하고 ‘대가리 깬다니까’ 등의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신체에 위해를 가한다고 해석되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와이가 이끄는 힙합 레이블인 데자부 그룹은 지난 2022년 래퍼 감마 등 3명을 협박,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데자부 그룹 소속 아티스트들은 이들이 사옥 유리벽을 부수고 소속 아티스트 쿤디판다, 디젤의 굿즈가 들어있는 박스를 파손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데자부 그룹 명패에 침을 뱉고 보안 업체 스티커를 훼손했다고도 덧붙였다.

디스전이 고소까지 이어진 것은 디스전 도중 손심바가 SNS 라이브 등을 통해 감마를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손심바는 감마와의 디스전에 대해 “내가 이겼다”며 감마를 도발했고, 격분한 감마는 새벽 3시경 손심바에게 당장 만나자고 말했다. 이에 손심바는 일정이 있으니 정식으로 약속을 하고 보자며 감마의 제안을 거절했고, 감마는 데자부 그룹 사옥으로 향해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

이후 손심바는 “민·형사상 소송 둘 다 들어갈 것이니 마음 단단히 먹어라”며 소송을 예고했다. 쿤디판다 역시 “음악 하시는 어떤 분께서 제 레이블 다른 분에게 앙심을 품고 새벽에 찾아와 난장을 피웠다”고 밝혔다.

힙합 문화의 일종인 ‘디스’는 respect(존중)의 반대인 disrespect의 줄임말로, 주로 다른 그룹이나 사람을 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행동 혹은 노래를 일컫는다. 음악적인 풍자와 공격 등을 통해 디스는 힙합 장르에서 보편적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친한 사이임에도 장난으로 디스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감정을 표하는 경우까지 수위가 다양하다.

선을 넘지 않는 내용의 디스전은 건전한 랩 게임으로 힙합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는 실질적이고 물질적인 피해를 입혀 선을 넘은 경우로 볼 수 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