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후 쓰러진 72세 가장, 장기기증으로 타인 생명 살리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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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17일 1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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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인태 씨(72)가 2023년 12월 16일 동아대학교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17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3일, 자택에서 목욕 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되었다.

이후 가족의 기증 동의로 김 씨는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간장을 기증해 1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은 평소에도 김 씨가 생명 나눔에 관심이 있었고,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에 기증을 결심하게 되었다.

특히 김 씨의 아내는 친오빠가 어릴 적부터 말을 못 하는 장애를 가져, 아프고 힘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늘 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씨는 평소 차분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선한 사람이었으며, 묵묵히 가족을 보듬어온 가장이었다. 또한, 낚시를 좋아해 주말이면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김 씨는 야구용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를 하다가, 택시 기사로 30년 넘게 무사고 운전을 했다. 택시 기사로 2023년 9월까지 일을 하던 김 씨는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돼 10월부터 복막투석관 삽입 수술을 하고 투석을 받기 시작했다.

김 씨의 아내 최순남 씨는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한 몸으로 아프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지내요. 우리 걱정하지 말고, 함께 했던 시간 고마웠고, 감사했어요”라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생명 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김인태 님은 한 가족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기증을 통해 생명을 살게 된 이식수혜자도 한 가족의 아들이자, 아버지일 것이다. 생명 나눔은 사랑이자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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