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남산터널 통행료, 도심방향만 2000원 유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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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20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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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남산 혼잡통행료 시민 공청회 개최
도심방향에만 2000원 부과하는 방안 추진
중·장기적으로 통행료 부과 확대, 단계적 인상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를 도심방향에 대해서만 2000원을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창석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20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남산 혼잡통행료 추진방안 논의를 위한 시민공청회’에서 “도심방향에만 2000원을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남산 1·3호 터널에 혼잡 통행료는 사대문 안 도심권의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1996년 11월 도입됐다. 시는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양방향 터널을 통과하는 10인승 이하 차량 중 3인 미만 승차 차량에 대해 혼잡 통행료 2000원을 부과해왔다.

그러나 27년간 통행료가 2000원으로 유지되고, 친환경 차량 등 면제차량 비율이 60% 가량으로 늘어나다보니 혼잡통행료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지난해 11월 혼잡통행료 징수를 폐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시는 혼잡통행료 징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월17일부터 5월16일까지 두 달간 남산 1·3호 터널에 대한 통행료 일시 면제를 실시했다. 첫 한 달간은 도심에서 외곽(강남) 방향에 대해서만 통행료를 면제했고, 다음 한 달간은 도심과 강남 등 양방향 모두 면제했다.

그 결과 남산터널 통행량은 평시 7만5619대였으나, 강남방향 면제 기간 7만9550대로 약 5.2% 늘었다. 양방향 면제 때에는 통행량이 8만5363대로 평시 대비 12.9% 급증했다. 강남방향 면제 때보다 양방향 면제가 이뤄진 기간 직접 영향권 도로의 양방향 통행속도가 모두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장은 “혼잡통행료 일시정지 정책실험을 실행한 결과 효과를 확인했다”며 “외곽지역보다 도심방향의 혼잡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공청회 내용을 바탕으로 이달 중 지방교통위원회 심의를 거쳐 남산 혼잡통행료 정책 방향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도심방향만 통행료 2000원을 징수하는 방안은 내년 1월 중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통행료 부과 지점을 한양도성 내 45개 지점 등으로 확대하고, 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 과장은 “혼잡통행료라는 용어를 ‘기후동행부담금(가칭)’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건의할 계획”이라며 “사람 인원 수에 상관없이 차량에 통행료를 부과해 하이패스나 태그리스 등으로 무인징수하는 방안과 중구·용산구 등 거주민에 대해서는 통행료를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양도성 내 녹색교통지역을 45개 지점으로 확대하고, 강남·여의도 녹색교통진흥지역을 지정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부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며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금의 단계적 인상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혼잡통행료 유지냐, 폐지냐를 놓고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이신해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대도시에서는 차량이 도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혼잡세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며 “혼잡통행료 일시정지 실험 결과 교통량도 늘어나고, 속도가 줄어드는 등 통행료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폐지는 말이 안 되고 차등 요금제도 등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고 제안했다.

고광민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서울시가 통행료 부과를 양방향에서 단방향으로 바꾸면서 요금 인상을 얘기했는데, 폐지하지 않고 요금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무료로 제공해야 할 도로를 유료화하고 요금을 올려 차량 통행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타당성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도 “서울시가 연간 150억원에 달하는 통행료 수입, 공돈을 놓칠 수 없는 것”이라며 “특정 남산터널만 막아놓고 통행료를 받아가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됐다. 자동차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나누려면 환경세를 새롭게 신설해서 보편 타당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는 “혼잡통행료는 사회적 대의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라며 “거주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혼잡통행료의 부작용이라 생각한다. 제도를 없앨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손질해서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을지 그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우용 서울환경연합 상임이사도 “교통 문제는 기후, 환경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탄소 복지에 걸맞은 정책이 필요하다. 혼잡통행료는 오히려 확대돼야 하는 정책”이라며 “중구 구민들을 위해서는 별도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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