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무죄취지 파기 환송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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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주장… 명예훼손 볼수 없어”
나눔의 집 “기만적 내용 기록 남아”

대법원은 26일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사진)가 쓴 책 ‘제국의 위안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6일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교수는 2013년 8월 출간한 책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고 일본군의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기술하며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5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1월 1심 재판부는 “전체적인 내용이 ‘한일 신뢰 구축을 통한 화해’라는 공공 이익을 위한 것에 가깝다”며 명예를 훼손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항소심 재판부는 “책 내용 중 11곳은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며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박 교수가 단정적 표현을 사용해 독자들은 대부분의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고 경제적 대가를 받고 성매매를 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표현은 피고인의 학문적 주장이나 의견”이라며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학문적 저작물에 관한 평가는 형사 처벌보다 원칙적으로 공개 토론과 비판의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걸 선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위안부 지원단체 ‘나눔의 집’ 관계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피해자가 겪은 일에 대한 부정확하고 기만적인 내용이 기록으로 남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반면 박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한민국에 국민의 사상을 보장하는 자유가 있는지에 관한 판결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환영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대법원#제국의 위안부#박유하#파기 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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