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단비같은 ‘계절근로자’ 이탈방지 대책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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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번기 외국인 고용 만족도 높아
현장 무단이탈 발생 등 부작용도
해남시 ‘가족 초청 프로그램 도입’
체류기간 최대 8개월까지 늘리고, 주거지원 등 근로조건 개선 방침

전남 해남군 산이면 팜코리아 농장에서 박성일 씨(왼쪽에서 두 번째)의 아내 보티테이 씨(가운데)가 베트남에서 온 오빠와 남동생 부부와 함께 열대과일인 구아바를 소개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남 해남군 산이면 팜코리아 농장에서 박성일 씨(왼쪽에서 두 번째)의 아내 보티테이 씨(가운데)가 베트남에서 온 오빠와 남동생 부부와 함께 열대과일인 구아바를 소개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아내가 베트남에서 온 오빠, 남동생 부부와 함께 일하니 너무 좋아합니다.”

22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 들판에 자리한 팜코리아 농장. 박성일 씨(56)와 아내 보티테이 씨(39), 보티 씨의 큰오빠(42), 남동생(34) 부부가 말린 고추를 다듬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유난히 보티 씨의 표정이 밝았다. 베트남에서 온 가족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작업을 하는 내내 보티 씨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2005년 박 씨와 결혼한 보티 씨는 베트남 사이공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농촌 출신이다. 보티 씨의 오빠와 남동생 부부는 올 2월 입국했다. 해남군이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가족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보티 씨는 “일이 끝나면 쌀국수 등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고 쉬는 날에는 쇼핑을 하는 등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 씨는 “군에서 가족 초청 계절근로자를 모집한다길래 1호로 신청했다”며 “일손이 없어 쩔쩔맬 때가 많았는데 아내 친정 식구들 덕분에 그런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 농촌 인력난 숨통 틔워 주는 계절근로자
해남군 등 전남 19개 시군이 운영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이 농촌 인력난 해소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수확기 등 일손이 필요한 농번기에 외국인 근로자를 최대 8개월간 고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계절근로자가 국내에 들어오는 방식은 두 가지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해외 자치단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국내 결혼이민자의 가족이나 4촌 이내 친척을 데려오는 방식이다.

프로그램은 법무부가 주관하고 지자체가 진행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 입국하기 전 배정심사협의회를 통해 일할 지역을 미리 배정받는다. 계절근로 비자(E-8) 등을 받아야 하며 지자체마다 배정 인원도 정해져 있다.

해남의 경우 올해 560명을 배정받았다. 현재 자치단체 간 업무협약을 통해 320명이 들어와 54개 농가에서 일하고 있다. 63개 농가는 가족·친척 초청 방식으로 116명을 고용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하루 8시간 근무하며 시간당 최저 임금인 9620원을 받는다. 초과 수당으로 시간당 1만5000원을 받으며 한 달에 4번 쉰다. 보통 수당까지 합쳐 한 달에 250만 원 정도를 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농가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특히 가족 및 친척 초청으로 온 근로자들은 언어 소통이 원활한 데다 끈끈한 가족애까지 더해져 힘든 농사일에 잘 적응한다고 한다.

임준연 해남군 농촌인력팀장은 “전체 300여 다문화가정 가운데 20% 정도가 계절근로자를 신청했다”며 “농가 만족도가 높아 내년에는 가족 초청 비율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무단이탈 방지 대책 마련
계절근로자가 농촌 일손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현장에서 무단이탈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22일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19개 시군에 배정된 4609명 가운데 2713명이 입국했다. 이들 가운데 이탈자는 9개 시군 48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체류 기간은 당초 5개월이었으나 농촌 현장에서 계절근로자의 체류 기간이 다소 짧다는 지적이 제기돼 법무부는 계절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1회에 한해 3개월까지 연장해 최대 8개월간 허용하기로 했다. 각 시군에서는 6월 말까지 농가를 대상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연장 신청을 받았는데 이탈자 대부분은 3개월 연장 신청이 되지 않은 이들이었다.

전남도는 추가 이탈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탈률이 작은 결혼이민자 가족 도입을 확대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통역을 해주고 생활 불편도 해결해 주는 ‘언어 소통 도우미’를 늘리기로 했다. 해남군, 담양군, 영암군, 무안군에 외국인 근로자 전용 기숙사도 신축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의 무단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주거 지원과 의료 혜택 등 근로 여건을 개선할 방침”이라며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아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업에 종사하도록 현장 점검과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농번기#계절근로자#가족 초청 프로그램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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