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관 추락사’ 연루 이태원 클럽, ‘마약 아지트’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9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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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클럽 압수수색 등 수사 확대
4년간 마약 투약-매수 27차례 적발
공무원도 클럽 찾아 집단 마약파티
“CCTV로 단속 피하고 폐쇄적 운영”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경찰관이 ‘집단 마약 파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5일 이태원의 한 클럽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새벽 숨진 경찰관과 함께 있었던 일행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 클럽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클럽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대규모 마약 투약과 매수, 유통이 이뤄진 사실이 동아일보 취재를 통해 8일 확인됐다. 지난해 4월 현금 50여만 원을 주고 케타민과 엑스터시를 구매한 사람들이 적발되는 등 이 클럽에서 마약 범죄가 꾸준히 발생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 4년간 27건 적발…공무원도 투약

경찰이 이번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A 클럽의 전신은 B 클럽이다. A 클럽은 2021년 3월 B 클럽이 폐업하자 7개월 뒤 같은 장소에서 상호만 바꿔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해왔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A, B 클럽에서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4년간 마약 투약 및 매수 등으로 경찰에 최소 27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적발된 마약범들은 주로 클럽 안 화장실과 ‘VIP 테이블’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 엑스터시 등을 투약했다고 한다. 공무원을 포함해 보험사 직원, 인테리어 업자, 외국인 유학생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클럽을 찾아 마약을 투약했다. 2018년 5월 당시 안양교도소 교정직의 한 공무원은 태국에서 밀반입한 케타민과 엑스터시를 클럽 안에서 2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클럽 내 마약 중 대다수는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계 대모’로 불리는 유흥업자를 통해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성은 ‘집단 마약 파티’가 벌어졌던 용산구 아파트 세입자 남성과 2018년 태국에서 마약을 함께 투약한 뒤 입국하다 공항에서 적발됐고,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 단속 대비용 CCTV도 설치

논란이 된 클럽이 위치한 이태원 골목에는 비슷한 클럽이 상당수 몰려 있다. 이 지역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경찰 관계자는 “이 일대 클럽 대부분은 예약제로 운영되거나 외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경찰 단속을 피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라며 “마약 거래가 이뤄지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골목 클럽 7곳 중 5곳의 CCTV가 클럽 입구와 주변 도로를 촬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호객이나 단속을 피할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영상을 촬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적발되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한편 ‘집단 마약 파티’를 수사 중인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숨진 경찰관과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16명 외에 5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상대로 참석 경위와 동선, 마약류 투약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사고 발생 직후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5명은 정밀 검사에서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 중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3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경찰관 추락사#이태원 클럽#마약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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