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형 집행 시설을 보유한 교정기관 4곳에 ‘시설 유지를 제대로 하라’는 지시를 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 여부에 대해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이나 국민의 법감정, 국내외 상황을 잘 고려해 정해야 한다”고 30일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25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지만, 지난 어떤 정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 장관은 사형 집행 시설을 갖춘 서울구치소, 부산구치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에 시설 유지·관리와 사형확정자의 수형 행태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은 이같은 지시를 내린 배경에 대해 “오랫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법 집행 시설이 폐허처럼 방치돼 왔고, 사형확정자가 교도관을 폭행하는 등 수형 행태가 문란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며 “사형을 형벌로 유지하는 이상 법 집행 시설을 적정하게 관리·유지하는 것은 법무부의 업무”라고 설명했다.
‘사형 집행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겠다는 취지냐’는 질문에는 “기존과 달라진 바 없다”면서도 “대한민국은 사형제도가 법에 명시돼 있고, 정부도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시설을 유지하고 수형 행태를 납득할 정도로 (관리)하는 걸 국민은 원할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사형 집행과 관련한 외교적 문제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주권적 결정”이라면서도 “(외교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 부분도 고려해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형 집행이 최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지금 추진하는 가석방 불가능한 무기형은 사형제의 존치 여부와 무관하게 병존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경우 대부분 주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고, 그 중 26개 주는 사형제도를 함께 운용하고 있다”면서 “법관이 죄질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양립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다. 사형제도는 현재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라와 있다. 사형제도의 위헌성 여부를 다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앞서 1996년과 2010년에는 헌재가 모두 ‘합헌’이라 판단했다. 2019년 헌법소원이 또다시 제기된 이후 지난해 7월 공개 변론이 열렸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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