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위험 권총 등 1인 1총기 도입…현장에선 “차라리 집어던져 맞히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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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8월 30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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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현장 경찰에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겠다고 밝힌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저위험 권총이란 인명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플라스틱 저살상탄을 사용해 기존 권총보다 살상력을 10분의 1로 낮춘것이다. 2023.8.29/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현장 경찰에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겠다고 밝힌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저위험 권총이란 인명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플라스틱 저살상탄을 사용해 기존 권총보다 살상력을 10분의 1로 낮춘것이다. 2023.8.29/뉴스1
“‘칼을 버려라’는 경고를 3번 이상 해야 하는데…”
“고무대가 있고, 방아쇠는 고무 파킹도 돼 있고, 뒤에는 또 고리걸이까지…”
“차라리 집어던져서 맞히는게 더 낫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죠”

‘저위험 권총’ 도입 등 ‘1인 1총기’ 보급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취지에 공감하지만 총기 사용 규정도 함께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까다로운 규정 탓에 즉각적인 총기 사용이 어렵고 소송에 대한 우려로 총기 사용이 망설여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만난 경찰관 A씨는 “실제로 칼을 든 범인한테 총 쓸 생각은 못한다”며 “움직이는 범인이 (총을) 잘못 맞으면 경찰이 책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치안강화를 위해 3년 안에 38구경 권총과 저위험권총을 포함해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 경찰에 1인 1총기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은 내년 저위험권총 5700여정 지급을 시작으로 3년 동안 2만9000정을 보급해 1인 1총기 보급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경찰청 제공)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경찰청 제공)
◇ 일선 경찰들 “총기 보급 확대 동시에 규정 개정도 필요”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권총 소지자의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까다로운 사용 규정 개선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위험권총의 위력은 35줄(J) 정도로 38구경(360~380J)의 10분의 1 수준 살상능력을 갖고 있다. 발사 시 허벅지를 기준으로 뼈까지 도달하지 않도록 최대 6㎝ 정도에 박히도록 개발됐다.

하지만 ‘저위험 권총’이 비살상 총기라고 하더라도 주요 장기에 적중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A씨는 “칼을 들고 있는 범인이라도 만약 경찰의 사격이 조금이라도 잘못돼서 (피의자)생명이 위태로워지면 경찰관한테 민사소송을 걸 수도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총기 사용 전에 ‘칼을 버려라’는 경고를 3번 이상을 해야 되는데 현장 상황이 항상 마음대로 될 수 없을 뿐더러 긴박한 상황에 쏘더라도 그 상황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하에 권총을 사용했는지 나중에 따지게 된다”며 “하지만 그건 현장에 있던 경찰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경찰관 B씨는 “솔직히 우리가 총을 차도 그안에 고무대가 있고, 방아쇠는 고무 파킹도 돼 있고, 뒤에는 또 고리걸이까지 있고 이것저것 잠궈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 사실상 쏘지 말라는 뜻”이라며 “미국이나 해외는 바로 꺼내서 쏠 수 있는 실용성이 갖춰져 있는데 우리는 한참 걸려서 사실 1인1총을 해도 지금 착용 규정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항상 사격 시도는 하반신쪽 대퇴 부위(허벅지)에 하게 돼 있는데 만약에 어깨나 다른 부위가 맞으면 경찰이 배상해야 된다. 그럼 누가 감히 총을 꺼내 쏘겠나”며 “예전에 우스갯소리로는 만약에 쏴야 되는데 쏘지 못하면 차라리 집어던져서 맞히는게 더 낫다는 말이 있었다”고 씁쓸히 웃었다.

지난 2019년 제정된 경찰청 예규는 “경찰관은 대상자가 경찰관이나 제3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중대한 위해를 야기하거나, 위해 발생이 임박한 경우 권총 이외의 수단으로서는 이를 제지할 수 없는 상황에 한하여 대상자에게 권총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 1인1총 필요성 공감…전문가 “경찰관 개인의 역량 강화도 중요”

현장에서 만난 경찰관들은 대부분 총기 사용의 실효성과 별개로 1인1총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때 정확히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경찰 개인의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0년 넘게 근무한 일선 경찰관 C씨는 “지금까지 총기 사용은 물론 공포탄도 한번 밖에 사용한 적 없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총기 소지의 필요성은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일 전쟁이 있어서 군인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닌 것처럼, 진짜 필요할 때 없으면 안되기 때문에 경찰관마다 (권총 소지)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생활 25년차라는 경감 D씨는 “경찰에게 총을 준다고 해서 권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우리나라는 어떤 형태로든 총을 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라서 경찰관도 목숨 걸고 현장에 있다는 인식이 먼저 생겨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총기 확대와 경찰관 역량 강화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총기 소지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관들이 제대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라며 “현재는 분기에 한번, 많으면 한달에 한번꼴로 사격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지금의 훈련량으로 아무리 총기를 많이 줘도 치안에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격장 연습보다도 현실과 비슷한 상황에서의 총기 훈련이 동반돼야 하고 경찰의 역량 강화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경찰이 공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엄격한 법 규제를 탓하기 보다 잘못된 사용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교육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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