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사자’ 구조된 그 곳에 이번엔 4살 딸 사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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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8월 10일 1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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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부경동물원 실내 사육장에 갇힌 암사자. 김해시청 홈페이지 캡처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 실내 사육장에 갇힌 암사자. 김해시청 홈페이지 캡처
동물학대와 부실운영으로 논란이 된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 있던 ‘갈비 사자’ 바람이가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지자, 원래 바람이가 살던 실내 사육장에 바람이의 딸인 암사자가 갇혔다.

10일 김해시 등에 따르면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말라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노령의 수사자 바람이가 지내던 사육장에 바람이의 딸이 들어왔다.

시 관계자는 “생후 4년 된 암사자로, 원래 부경동물원 내 실외 사육장에 있다가 아빠가 있던 실내 사육장으로 옮겨진 게 맞다”고 밝혔다.

부경동물원의 실내 사육장은 가로 14m, 세로 6m, 25평 정도로 사자가 지내기에 매우 비좁아 동물학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부경동물원에 있던 ‘갈비 사자’ 바람이의 모습.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모습이다. 부산동물학대방지협회 제공
부경동물원에 있던 ‘갈비 사자’ 바람이의 모습.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모습이다. 부산동물학대방지협회 제공
전에 이 사육장에 살던 바람이는 앙상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르고 기침하는 등 몸에 이상이 있는 듯한 행동을 보여 시민들의 걱정을 샀다. 시민들은 바람이를 구해 달라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했고, 충북 청주동물원이 바람이를 맡겠다고 나섰다. 바람이는 청주동물원에서 건강을 되찾았다.

바람이가 떠난 자리에는 바람이의 딸이 갇히게 됐다. 이에 김해시청 홈페이지에는 부경동물원 관리 및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글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하마터면 안심할 뻔했다. 열악한 환경에 학대라는 뭇매를 맞고 바람이를 보냈으면 시설을 개선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어떻게 그 자리 그대로 바람이 딸을 데려오나”라고 분노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김해시는 방치해 두지 말고 제발 무슨 조치라도 당장 취해 달라” “더는 학대받는 동물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많은 동물이 방치돼 있다”고 토로했다.

김해시는 동물원의 환경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해 안전한 동물 분양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동물원 측이 폐쇄 절차를 밟아 올 연말까지 폐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동물 소유권을 가진 동물원 대표의 조속한 결단 및 시설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경동물원이 사유재산이므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시는 조속한 폐쇄와 동물들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안전하게 분양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부경동물원 대표는 일전에 바람이 사태로 동물학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저희가 동물을 학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모든 게 다 돈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보니까”라며 “아무도 없지 않으냐. 고객이 없다”고 채널A에 말했다.

부경동물원은 김해시와 인근 창원시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딸린 가족에게 인기를 끌었다가 2020~2022년 코로나19로 입장객이 급감하는 등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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