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 사망’ 오송 침수 “수많은 기회 있었다”…부실 대응이 낳은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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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28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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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내 배수펌프에서 충북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기 위해 문을 열고 있다. 2023.7.20/뉴스1
20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내 배수펌프에서 충북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기 위해 문을 열고 있다. 2023.7.20/뉴스1
14명의 사망자를 낸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재난 대응 체계 미작동은 물론 위법 사항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부처 간 보이지 않는 칸막이 등의 요인이 복잡적으로 작용한 총체적 ‘인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발생 직전 수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대응은 전무했다.

국무조정실은 충청북도·청주시·행정중심복합도시관리청(행복청)·충북소방본부 등 5개 기관 공직자 34명과 미호천교 제방 관련 공사 현장 감리단장과 시공사 대표 등 공사 현장 관계자 2명 등 총 3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10일간 진행된 조사를 통해 파악한 ‘오송 참사’의 발생 원인에 대해 국무조정실은 “해당 기관과 공무원이 수행해야 될 기본적인 법적 임무가 적절하게 수행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조사 결과 사고 전날(14일)부터 이어진 집중 호우로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6시40분 경 이미 미호천교의 수위가 29.02m로 높아져 통제 요건에 도달했다. 위험을 감지한 시민들의 112(7시4분, 58분)·119(7시51분) 신고도 이어졌지만 출동한 건 소방 인력뿐이었다.

결국 오전 7시50분 임시제방 쪽으로 물이 넘치기 시작해 걷잡을 수 없이 물이 쏟아졌고 임시 제방은 불과 20분 만에 무너졌다. 결국 약 18분 후인 오전 8시27분 궁평2지하차도에 강물이 유입돼 13분 후인 8시40분쯤 완전히 물에 잠겼다.

국무조정실은 먼저 지하차도 침수를 막을 수 있는 환경적 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미호천교 아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쌓은 임시 제방은 환경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감시·감독 주체인 행복청의 조치는 없었다.

심지어 사고 당일 오전 6시26분부터 사고 직전인 8시 32분까지 현장 공사 감리단장으로부터 무려 7차례의 신고를 받고도 비상상황 대응 조치는 없었다.

충청북도와 청주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무대응 역시 참사로 이어졌다. 충북도는 오전 6시31분, 7시2분, 7시 58분 3회, 청주시는 감리단장, 행복청, 경찰청으로부터 총 10여차례 신고를 받았는데도 교통 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여기엔 업무 분장에 대한 ‘보이지 않는 높은 칸막이’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국무조정실의 설명이다.

감찰 실무를 맡은 국무조정실 고위 관계자는 “지자체의 경우 관리 시설물에 대한 무의식적인 장벽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며 “청주시 공무원들은 10여차례 전화를 받고도 궁평2지하차도가 본인의 업무가 아니라는 강한 무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경찰과 소방의 역할 수행에도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

경찰은 사고 당일 오전 7시4분과 58분 두 차례 신고를 접수하고도 출동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출동을 한 것처럼 112신고 시스템을 허위로 입력, 종결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같은 결론에 경찰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데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당시 상황이 굉장히 복잡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신고 지점을 확인하지 않고 시고 발생 후 112시스템에 출동한 걸로 기재한 점은 심각한 문제로 인지했다”고 했다.

소방은 유일하게 현장에 출동 기관이었지만 미온적인 대처로 사고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 사고 전날 ‘미호천교 임시 제방이 위험해 보인다’는 신고 처리에도 유관기관에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고, 119 종합상황실은 임시 제방의 붕괴를 목격한 현장 요원의 ‘가용 인력과 장비 투입’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오송 참사’가 5개 기관의 부실 대응으로 만들어진 ‘인재’로 밝혀진 만큼 정부가 재난대응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에서 파악한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점으로는 사전 훈련 내용 현장 미적용이 꼽힌다. 방 실장은 “재해·재난 상황이 발생됐을 때 공무원들이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해야 되는지 사전 교육훈련을 많이 받고 있지만 이번 조사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전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재난대응 부서 기피 현상에 따른 인력 부족과 번아웃 현장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재난대응 업무가 고되고 어려운 데다 항상 비상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재난부서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역량 있는 근무자들이 충분한 교육 훈련을 통해 근무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과 함께 외부 재난 전문가 등 민간 전문가 활용 방안, 중앙과 지방행정의 원활한 소통에 따른 효율적인 정보 전파 방안 등 전반적인 거버넌스를 개선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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