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억 규모의 전세사기 일당 검거…공인중개사가 총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9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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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일대에서 약 353억 원 규모의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공인중개사가 공범으로 가담했던 기존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공인중개사가 총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서울 경기 인천 등에서 153세대의 전세보증금 약 353억 원을 빼돌린 일당 9명을 범죄단체조직죄와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총책 공인중개사 A 씨(38)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중개보조원 약 20명도 입건해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주택 전셋값을 부풀려 매매값과 비슷하게 만든 뒤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2021년 경기 부천시와 서울 구로구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리고 분양대행업자와 중개보조원 등을 모아 범행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해 7월부터 ‘바지 집주인’ 2명을 정상적인 임대사업자나 투자자로 속여 기존 건축주와 세입자들 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했다. 그 후 전세계약 기간 중 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치르고 해당 주택을 바지 명의자 소유로 변경했다. A 씨 측은 명의를 빌려준 ‘바지 집주인’ 2명에게 계약 건당 50만~100만 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후 일당은 임대 계약이 만료되기 전 바지 집주인들을 파산시키는 방안을 계획했다. 서로 “빌라왕을 시켜주겠다”, “어차피 파산할 것”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에 가입한다는 조건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올려받았고, HUG에 보증금 반환 의무를 떠넘기기까지 했다.

경찰은 A 씨 일당이 고의로 파산하기 전 ‘바지 집주인’ 명의의 부동산을 전수조사해 피해 세입자들을 찾아내는 한편 세입자 보호를 위해 153세대에 대해 몰수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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