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생, 빨리 꺼내야 하는데”…집중 호우로 산사태 덮친 예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5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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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북 예천군 벌방리 마을 주도로에서 뒷산인 주마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거대한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내려가고 있다. 예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15일 경북 예천군 벌방리 마을 주도로에서 뒷산인 주마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거대한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내려가고 있다. 예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15일 경북 예천군 벌방리 마을 주도로에서 뒷산인 주마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거대한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내려가고 있다. 예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우리 동생 어떻게 하면 좋겠노. 빨리 좀 꺼내야 할 긴데···.”

15일 오후 4시 반경 경북 예천군 벌방리노인회관 입구. 실종자 A 씨(62·여)의 언니와 남편 B 씨(65)를 비롯한 가족 10여 명이 서로 부둥켜안고 통곡하다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과 소방대원들도 눈가를 훔쳤다.

이 마을에서 남편과 단둘이 살던 A 씨가 실종된 건 이날 오전 3시 경. 전날부터 쏟아진 폭우로 인해 마을 뒤편 주마산에서는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나면서였다.

예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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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 최병두 씨(64)는 “전날부터 비가 많이 왔다. 오전 2시부터 빗줄기가 너무 강해 조짐이 심상치 않아 잠에서 깼다. 오전 3시경 토사 더미와 함께 거대한 폭포수처럼 물줄기가 마을 진입도로를 타고 쏟아져 내렸다”라고 증언했다. 또 “마을 뒷산인 주마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며 계곡물도 같이 불어나 쏟아져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사태로 인한 토사와 물줄기는 마을 전체 약 80가구 중 산 쪽에 위치한 약 10가구를 그대로 집어 삼켰다. A 씨 부부도 산사태를 피하던 중에 서로 헤어졌다.

마을 주민 선명애 씨(53·여)는 “B 씨가 먼저 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물줄기가 차량을 덮쳐 차가 통째로 마을 아래로 쓸려 내려오다 겨우 살았다고 한다. A 씨가 뒤늦게 집을 나섰는데 산사태로 인한 나무와 토사물에 그대로 휩쓸려 매몰됐다”고 전했다.

예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예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이날 오후 둘러본 마을은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넘쳐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길목마다 진흙과 돌무더기가 널려 있었고 주택 여러 곳이 흙더미에 파묻힌 상태였다. 마을 진입 도로는 산사태가 일어난 주마산에서 형성된 거대한 물줄기가 폭포처럼 흘렀다.

기자가 폭 6m 정도인 진입도를 건너려고 했으나 물살이 너무 강해 들어갈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 마침 마주친 도로 복구작업팀의 도움으로 간신히 건널 수 있었다.

주마산에서 형성된 거대한 물줄기는 마을 진입도로 입구에 있는 C 씨(70) 부자의 집도 집어 삼켰다. 이로 인해 C 씨가 마을 아래 하천으로 떠내려가 실종됐다. 당시 아들(35)도 같이 물살에 휩쓸렸는데 다행히 주변의 풀 등을 잡고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주민 유광호 씨(58)는 “빨리 C 씨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안타깝다”며 “하천에서 C 씨를 찾다가 다른 사람 시신이 발견되는 등 온통 난리”라고 했다.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수해 사진. 예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수해 사진. 예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수해 사진. 예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수해 사진. 예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번 집중호우로 현재까지 경북에선 모두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인명피해 현황은 사망 16명, 실종 9명, 부상 2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는 예천에서 8명이 나와 가장 많았다. 예천군 효자면 4명·은풍면 1명·용문명 2명, 영주시 풍기읍 2명·장수면 2명, 문경시 1명, 봉화군 4명 등이다.

이번 집중호우의 직격탄을 맞은 예천군 예천소방서에는 긴급구조통제단 상황실이 설치됐다. 인근 예천스타디움 대형주차장에는 구조작업에 투입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대형 구조 장비들이 집결했다.

한편 이 지역에 내리는 비는 18일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피해가 집중된 경북 북부 지역에는 16일 100~200mm의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예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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