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표를 뽑은 환자들은 농성 중인 의료진들과 접수·수납창구 대기인원 현황판을 번갈아 쳐다보며 묵묵히 자신의 진료 순서를 기다렸다.
외래가 아닌 병상 환자들에 대해서도 의료공백이 현실화됐다.
입원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충분하지 않게 된 조선대병원은 증상이 호전되거나 심하지 않은 환자들을 중심으로 전원조치에 들어갔다.
병원 측은 오전부터 일반 입원환자들을 보호자와의 협의를 통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하고 있다. 정확한 전원환자 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원활한 진료를 위한 방침이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우려를 표했다.
70대 어머니와 함께 온 장인용씨(41)는 “접수는 원활하게 이뤄져서 파업을 체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로비를 점거하고 전원조치가 이뤄진다니 파업이 실감이 난다”며 “의료인원 확충 등 파업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학병원의 경우 고령환자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분들이 찾는 곳이다.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지역에서 온 환자들의 걱정스러움은 이보다 컸다.
무안에서 올라온 박모씨(39·여)는 “상급병원으로 가라는 의사 소견서를 가지고 이른 아침부터 11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올라왔다”며 “지방에는 병원이 없는 터라 대학병원을 가려면 1시간 이상 걸려 이동해야 하는데 파업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면 저 같은 환자들은 진료가 늦어질수록 상태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목포에서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 올라온 50대 후반 여성 환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역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아 의사 소견서를 받아 광주로 올라왔다”며 “예약도 힘든데 의료공백마저 생기면 환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 △의사 인력 확충·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13~14일 이틀간 파업을 진행한 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을 무기한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와 전남에서는 소속 노조원 6500여명 중 92%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87%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파업에는 응급실과 수술실, 분만실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14개 의료기간 1500명의 노조원들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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