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자살은 억울, 같이 죽을 사람 찾아왔다”…공소장에 비친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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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30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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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사진=뉴스1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정유정(23)이 범행 직전 피해자에게 “혼자 죽기는 너무 억울해 같이 죽을 사람을 찾아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국회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50분경 교복을 입고 영어 과외를 받는 중학생으로 가장해 피해자 A 씨가 사는 부산 금정구 한 아파트로 찾아갔다.

정유정은 A 씨의 집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A 씨가 나이를 묻자 “사실은 25살”이라고 밝히며 자신의 불우한 처지에 대해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살을 하고 싶은데 혼자 죽기는 너무 억울해 같이 죽을 사람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놀란 A 씨가 도망가려고 하자 정유정은 “장난이에요”라며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A 씨가 방심한 틈을 타 곧바로 가방에 숨겨놨던 흉기를 꺼내 A 씨에게 휘둘렀다.

검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범행 당시 피해자가 피를 흘리며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흉기로 110회 넘게 찌르는 잔혹함을 보였다. 또 피해자의 신원 확인을 어렵기 만들기 위해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도구가 망가지자 정유정은 지하철을 타고 북구로 이동해 범행 도구를 다시 사왔다. 정유정은 아파트를 오가는 내내 엘리베이터를 통해 15층으로 간 뒤 계단을 이용했다. 검찰은 이 같은 행동이 행적을 감추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정유정이 범행에 나서게 된 배경을 ‘불우한 가정환경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정유정의 범행 배경에 대해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 등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어우러져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바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유정은 어린 자신을 버리고 재혼한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 새 할머니와 불화를 겪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않은 할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미움 등이 더욱 강해지며 처지에 대한 불만을 품고 이를 모두 가족과 사회의 탓으로 생각하고 2022년부터 인터넷에 ‘가족에게 복수하는 방법’, ‘존속 살인’ 등을 검색해왔다.

실제로 정유정은 범행 직전인 5월 23일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과거 일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아버지가 ‘네가 잘못한 점도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일을 크게 만들어버린다” 등의 말을 하며 살인을 예고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유정은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중 여성이고, 혼자 거주하며 집에서 과외를 할 수 있는 A 씨가 조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파악했다. 정유정은 A 씨에게 중학생 딸의 영어 시범 수업을 해달라며 방문 약속을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부산 금정구 소재 20대 여성 A 씨의 집에서 A 씨를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21일 정유정을 살인, 사체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유정 재판은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에 배당됐으며, 오는 7월 14일 오전 10시 30분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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