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공원에 벤치가 적은 이유는? [메트로 돋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9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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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한국의 수도이자 가장 큰 메트로폴리탄입니다. 서울시청은 그래서 ‘작은 정부’라 불리는데요, 올해 예산만 47조2052억 원을 쓰고 있답니다. 25개 구청도 시민 피부와 맞닿는 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또는 서울을 여행하면서 ‘이런 건 왜 있어야 할까’ ‘시청, 구청이 좀 더 잘할 수 없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본 적이 있을까요? 동아일보가 그런 의문을 풀어드리는 ‘메트로 돋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매주 한 번씩 사회부 서울시청팀 기자들이 서울에 관한 모든 물음표를 돋보기로 확대해보겠습니다.
‘여의도 한강공원엔 왜 벤치가 많이 없을까?’

몇 주 전 친구와 함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놀러갔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개 있지도 않은 벤치는 만석. 한 두 시간 쓰자고 돗자리를 사거나 대여하자니 그냥 돌바닥에 앉아서 놀자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한강 공원을 올 때마다 이런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민 편의를 위해 좀 더 벤치를 늘릴 수는 없는 걸까요? 한강 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 관리는 지자체가, 설치 권한은 환경청에?
돌아온 답변은 예상 외였습니다. 서울시가 한강을 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정식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소속 한강유역환경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강이 ‘국가하천’에 속해 하천점용 허가권자가 환경부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환경부의 ‘하천점용 허가 세부기준’ 고시에는 이용객 편의시설을 설치할 때 지켜야할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홍수 시 이동이 가능하거나 부유식 구조로 설치하는 방안 우선 고려 △주차장은 필요한 최소 규모로 설치 △수질오염과 환경 훼손 등 방지대책 마련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직접 한강 내 설치할 수 있는 것들은 부유식 화장실 등과 부유식 유·도선장 및 계류장 정도로 한정됩니다. 즉, 하천의 흐름이나 장마 시 물이 빠지는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시설물에 한해서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3년간 11개 한강 공원 내 고정식 의자(벤치) 수는 2021년 3706개에서 올해 3824개로 총 118개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고정식 화장실은 최근 3년간 8곳 늘어나는데 그쳤고, 고정식 음수대는 오히려 1곳이 감소해 158곳에 불과합니다.

최근 3년간 서울시 11개 한강공원 내 고정식 의자(벤치) 수는 2021년 3706개에서 올해 3824개로 118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된 벤치에서 시민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DB
최근 3년간 서울시 11개 한강공원 내 고정식 의자(벤치) 수는 2021년 3706개에서 올해 3824개로 118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된 벤치에서 시민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DB
주차 공간도 넉넉지 않습니다. 최근 3년간 한강 주차장 내 주차 면수는 2021년 6832곳에서 2022년 6651곳, 2023년 6650곳으로 오히려 줄었는데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주차선을 직각 형태에서 사선 형태로 새로 구역을 정하면서 면수가 일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다.

● 리버버스 선착장 개선 사업도 협의 사항
이런 원칙이 만들어진 건 고정식 시설물이 ‘하천의 흐름이나 통수(물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장마, 폭우 등으로 한강 공원이 침수될 경우 이런 고정식 시설물들이 물이 원활히 빠지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문제는 비용과 시간입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장마철에 화장실을 이동시킬 수 있는 일반 화장실 예산은 1억인데 반해, 부유식 화장실은 5억 원가량이 소요됩니다. 부유식 화장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부력체, 슬로프 등의 추가 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 화장실의 경우 침수 시 이동조치에 따른 파손과 같은 유지관리 어려움은 있다”면서도 “초기 비용이 5배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하천법 시행규칙에 따른 하천점용허가 처리기간은 대개 10~20일 정도지만 실제로 한강유역환경청의 허가를 받기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영국 런던 템스강에서 ‘우버 보트’가 운영하는 리버 버스(오른쪽)가 운행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영국 런던 템스강에서 ‘우버 보트’가 운영하는 리버 버스(오른쪽)가 운행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상황이 이러다보니 리버버스를 추진 중인 서울시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서울시는 교통 혼잡 해결 방안의 일환으로 김포대교~잠실대교 구간을 운행하는 리버버스를 도입하려 하고 있는데요, 한강 공원까지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선착장까지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PM)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변 시설물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도 역시 한강유역환경청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허가 기간이 길어진다면 그만큼 진입로 개선 작업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죠.

서울시는 리버버스를 이용하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강유역환경청과 적극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유역환경청과 선착장 접근성 개선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방자치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에 주어진 권한은 그리 크지 않은 모습입니다. 환경 보호라는 큰 원칙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실질적으로 시민을 위해 강 유역과 둔치를 관리하는 지자체에게 역할을 조금 더 부여해도 좋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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