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편한데 마음 불편” 쓴소리 남기며 떠난 공수처 1기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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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22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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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인권수사정책관 김성문 부장검사(56·사법연수원 29기).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인권수사정책관 김성문 부장검사(56·사법연수원 29기).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인권수사정책관 김성문 부장검사(56·사법연수원 29기)가 공수처를 떠나며 수뇌부를 향해 쓴소리를 남겼다. 김 부장검사는 2021년 공수처 출범과 함께 임용돼 ‘공수처 1기’로 불린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공수처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사직 인사 글을 보내며 “내부의 비판적인 의견을 외면하고 기존 업무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하지 않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공수처 근무 기간은 저의 공직 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한 시기였다”며 “많은 현안에서 법원 출신 간부들과는 다른 의견을 개진해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김진욱 공수처장, 여운국 차장 등 수뇌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부장검사는 “‘공수처는 수사기관의 컨트롤타워다’ ‘검찰이 일부 언론과 짜고 공수처를 죽이려 한다’ 등 말이 수시로 오가는 간부회의에서 저의 다른 의견이 받아들여질 여지는 많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공수처법에 있던 권한이 많이 축소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 어렵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기존 형사사법체계의 틀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나 다른 기관을 무시 또는 적대시하는 듯한 태도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수사관들이 잇달아 사직 의사를 밝히던 지난해 여름경 진솔한 토론을 통해 개선방안을 도출하자고 제안했지만 오히려 ‘사직하는 사람이 무책임하다’는 취지로 비난하는 말이 들렸다”며 “비판적인 저의 태도에 ‘내부총질’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던 간부들의 목요일 티타임도 없어져 그 무렵 사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그럴듯한 수사 성과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인식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현행 공수처법이 수사 대상 범죄를 협소하게 규정하는 상황에서 조급하게 수사 성과만 강조하면 오히려 많은 문제점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수처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보안이 취약하다’고 하는데 수사 등 업무 관련 기밀과 무관한 일에 관한 보도를 보안과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비판적인 보도가 있다면 먼저 자신의 언행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더 이상 공수처에 기여할 바가 없다고 생각돼 저는 떠나지만,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검사는 2017년 2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하다 2021년 4월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용됐다. 같은 해 9월 수사2부장으로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채 의혹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인권수사정책관으로 근무해왔으며 올해 4월 사의를 표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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