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의료 AI 기술, 美에 2∼3년 뒤처져… 中, 빅데이터 활용 진단 분야 韓 추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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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의료 AI’ 실험] 2022년 보건의료산업 기술 평가
韓, 의료 영상 판독서 빠른 발전
“의료 데이터 공유, 규제 개혁 필요”

우리나라 의료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이 미국에 비해 2∼3.5년가량 뒤처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6년 전에 비해 기술 격차가 다소 줄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등장하는 AI 생태계를 감안하면 여전히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의료 AI 기술이 급성장하며 일부 분야에서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진흥원은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 설문을 통해 한국과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보건의료산업 기술 발전 수준을 비교 평가했다. 의료 AI는 △질병 진단·치료 △질병 예방·예측 △신약개발 알고리즘 △의료자원 최적화 시스템 등 4개 분야로 나눠 분석했다.

조사 결과 의료 AI 관련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수준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보유한 의료 AI 기술 수준이 미국의 74∼80% 수준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 미국의 현재 기술 수준을 우리가 따라잡는 데 2년에서 3.5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조사에서 한국과 미국의 기술 격차가 3.8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다소 줄었다.

특히 한국은 AI를 활용한 의료 영상 판독 분야에서 발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현철 진흥원 연구개발혁신본부장은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학습해 의사의 진단을 돕는 AI는 이미 의료 현장에서 쓰일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 AI 기업 루닛은 지난달 28일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방암 진단을 돕는 AI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의 의료 AI 분야 기술 발전이 돋보였다. 6년 전 조사에선 중국은 한국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엔 일부 분야에서 오히려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왔다. 진료기록이나 의료기기 정보를 통해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야에선 중국의 기술이 한국보다 1.3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의료용 빅데이터를 토대로 질병을 예방, 예측하는 기술도 중국이 한국에 비해 1년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예산 투입과 빠른 의사 결정이 고속 성장의 원동력으로 지목된다.

한 의료 AI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한국은 연구 목적의 의료 데이터 공유 측면에서 해외 주요국에 비해 규제가 많은 편”이라며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의료 ai#2022년 보건의료산업 기술 평가#의료 데이터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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