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시간 뒤 중환자 병상 확보 8개뿐…일부 27㎞ 달려 이송”

  • 뉴스1
  • 입력 2022년 11월 7일 12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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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새벽 현장이 출동한 소방차와 구급차들로 가득차 있다. 2022.10.30 뉴스1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새벽 현장이 출동한 소방차와 구급차들로 가득차 있다. 2022.10.30 뉴스1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소생 가능성이 있는 중환자들을 치료할 병상이 제 때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중환자는 현장에서 최장 27㎞나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7일 더불어민주당의 남인순·신현영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이태원 참사 당시 ‘의료대응 조치 현황’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참사 발생 30여분 후인 10월 29일 밤 10시48분 서울구급상황관리센터로부터 인근 의료기관 수용 가능 정보를 요청받았다.

이에 밤 10시59분 ‘국립중앙의료원 중환자 1명 수용 가능’ 정보를 소방과 공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병상 파악에 나선 이후 △4명(11시~11시5분) △6명(11시11분) △8명(11시18분) △11명(11시47분) △16명(0시6분) 등의 중환자 병상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11시11분 공유된 중환자 6명 수용 가능 정보는 반경 10㎞(예상거리 13㎞) 이내의 병원을 파악한 것이다. 이후 11시18분 예상거리를 21㎞로 넓혀 수용 능력을 파악했음에도 수용 가능 중환자는 한자릿수인 8명에 그쳤다.

참사 발생 1시간이 지났지만 한자릿수 병상만 확보됐고, 발생 2시간 가까이 지난 밤 12시6분까지도 채 20명의 중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30일 오전 1시43분에야 수용 가능 중환자 수가 22명으로 늘었다.

10㎞ 내 의료기관 사상자 수용 능력 현황. 신현영 의원실 제공
10㎞ 내 의료기관 사상자 수용 능력 현황. 신현영 의원실 제공
김원이 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사상자 병원 이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29일 밤 11시15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6분까지 병원에 이송된 사상자 198명 가운데 중환자 추정 환자는 22명이었다.

이들 중환자들은 멀게는 27㎞ 떨어진 경기 고양시 명지명원에 1명이 이송된 것을 비롯해 이화여대목동병원(12㎞) 3명, 삼육서울병원(11.7㎞) 1명, 한림대 강남성심병원(10㎞) 2명 등 상당히 먼 거리의 병원으로 옮겨진 중환자들도 여럿이었다.

반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서울병원에는 중환자가 한 명도 이송되지 않았다. 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이 병원에는 55명이 이송됐는데, 대부분 사망(17명)과 심정지 환자(37명)였다.

구급차들이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으로 몰리면서 용산구 보건소장의 현장 대응 활동 기록에는 오전 2시10분 ‘순천향대병원(장)으로부터 사망자 이송 중단 요청 받음’이 기재되기도 했다. 순천향대병원 응급실에 임시 대기하다 30일 오전 3시10분 이후 임시 안치소로 옮겨진 사망자는 72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재난 응급의료체계에서 환자 이송을 분산할 컨트롤타워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제 역할을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인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순천향대서울병원이 아직 호흡하고 응급조치를 취하면 살아날 우선순위의 중환자를 배정받았어야 한다”며 “그런데 심정지 환자가 이송됐다”고 재난 응급의료체계 대응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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