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불러온 전력차단… SK C&C “양해 구해” vs 카카오 “일방통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8일 2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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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용 카카오톡의 오류 안내문. 2022.10.15/뉴스1
PC용 카카오톡의 오류 안내문. 2022.10.15/뉴스1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먹통 사태’의 원인과 대처를 놓고 데이터센터 운용사인 SK C&C와 카카오가 다툼을 벌이고 있다.

특히 화재 발생 직후 카카오 서버 상당수의 전원 공급이 중단됐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놓고 입장 차를 드러내고 있다.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전력을 모두 차단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와 향후 구상권 청구 등 손해배상과 관련해 책임 공방이 예상된다.

향후 책임소재를 놓고 주목되는 점 중 하나는 카카오 서버 대부분을 마비시킨 초기 화재에 SK C&C가 적절히 대응했는지의 여부다.

카카오와 SK C&C에 따르면 15일 오후 3시 19분경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데이터센터의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직후인 오후 3시 33분경 카카오 서버 상당수의 전원이 다른 입주 기업 서버보다 먼저 차단됐다. 전기실 내부의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가 카카오 서버로 통하는 전력 공급 라인 일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는 “화재 발생 직후 전원이 차단되면서 (초반) 복구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부분 복구를 완료한 다른 입주 기업과 달리 카카오는 18일 오후 2시 기준으로도 판교 센터에 있는 서버 3만 2000대중 9000여대를 복구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SK C&C도 “전력 공급 장치 문제로 화재 초기부터 카카오 서버에 일부 전력 공급이 안됐던 건 사실”이라고 수긍했다.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초반 화재를 막기 위해 적절히 대응했는지’, ‘이중 전력 공급망이 없었는지’ 등의 여부가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화재 직후 카카오 서버의 전원공급이 끊어졌을 때 보조 전력 장치인 무정전전원장치(UPS) 등이 곧바로 가동되지 않은 이유도 논란거리다. UPS는 주 전력이 끊겨도 일정 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다. 이에 SK C&C 관계자는 “화재 발생 초기에는 외부에서 전력이 공급되고 있었기 때문에 UPS를 돌리지 않았다”며 “카카오 서버가 있는 (내부) 전력 공급 장치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UPS를 돌려도 전력이 공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전력차단 절차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카카오와 SK C&C의 입장이 엇갈린다. 오후 4시 52분경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에 물을 사용해야 한다. 누전 위험이 있으니 전력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하자 SK C&C 측은 센터의 전체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서버 전체에 전원 공급이 끊겼다.

SK C&C에서는 전력 차단 약 10여분 전 카카오에 이를 알리고 양해를 구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는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본격적인 배상이나 구상권 청구 등을 앞두고 벌어지는 힘겨루기의 ‘전초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해 카카오가 입은 하루 피해액만 약 20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SK C&C의 배상책임 보험 한도가 70억원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IT업계에 따르면 UPS 운용에 대한 공통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IT업계 관계자는 “제조사, 건설사별로 가이드라인이나 전기 기술 규정은 있지만 설치 위치나 배치, 가동 기준 등에 대한 (공통된) 가이드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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