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국내 유입 우려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4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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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감염병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여름휴가철 해외 여행객이 많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원숭이두창 환자가 유행하면서 국내 유입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원숭이두창에 대해 WHO의 최고 경계 수준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내린다고 밝혔다. 신종 인플루엔자(H1N1)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이어 역대 7번째 비상사태 선언이다. 21일 열린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에서는 위원 15명 중 9명이 비상상태 선포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확진자가 급증하고 백신과 치료제 부족 우려가 커지자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선제 대응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사람두창)와 비슷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본래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다. 올 5월 7일 영국에서 비(非)아프리카 지역 가운데 처음 확진자가 생겼다. 국제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환자는 이달 21일 기준 비아프리카 지역 65개국에서 누적 1만5510명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까지 42개국에서 3205명이 확진됐는데 한 달 만에 환자가 5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어린이 환자도 2명 발견됐다.

원숭이두창의 주된 감염 경로는 성적 접촉 등 밀접접촉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존 쏜힐 감염의학과 교수 등이 영국 등 16개국의 원숭이두창 환자 528명을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감염 의심 경로는 95%가 성적 접촉이었다. 코로나19처럼 공기 중에서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거나,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1일 독일에서 입국한 30대 한국 남성이 원숭이두창으로 확진된 이후로 추가 환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원숭이두창이 스페인과 미국, 독일 등 우리나라와 왕래가 잦은 나라에서 유행하는데다 최근 입국 규제 완화로 해외여행객이 늘고 있는 만큼 추가 환자 유입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입국 외국인은 24만3514명으로 지난해 6월(8만4802명)의 2.9배 수준이었다.

원숭이두창의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선 접종 후 부작용이 적은 ‘3세대’ 백신을 서둘러 도입하고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등은 모든 원숭이두창 밀접 접촉자에게 4일 이내에 3세대 백신을 맞히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심근염 등 부작용 우려가 있는 ‘2세대’ 백신밖에 없다. 감염병 유행 국가에 다녀온 사람이 동네 병의원을 찾으면 의료진에게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띄워 주는 시스템도 스페인 등 5개국을 다녀온 환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환자가 국내에 들어온 뒤 지역사회에서 2차 감염을 일으키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이 국내에서 새로운 질병 부담을 일으키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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